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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의 땅도 뺏길 수 없다?[임용한의 전쟁사]〈415〉

입력 | 2026-05-11 23:06:00


1941년 6월 발발한 독소 전쟁은 역사상 유례없는 인력과 물량이 투입된 전쟁이었다. 또한 히틀러와 스탈린이라는 20세기 대표적인 독재자 간 대결이기도 했다. 전쟁 과정을 보면 역전과 기적이 반복되는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이는데, 두 독재자의 역할이 지대했다. 한마디로 장군들에게 맡기면 제대로 굴러가던 전쟁이 이들이 개입하면 뒤틀리고 참극을 초래했다. 그러면 독재자는 잠시 빠지고, 전황이 회복되면 다시 개입하기를 반복했다. 두 사람이 서로 이런 행동을 반복하니 전황이 역전에 역전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전쟁사의 극적인 순간을 보면 정치가 원흉인 경우가 수도 없이 많다. 그래서 손자병법도 군주의 무리한 개입을 경고한다. 그렇다고 군대를 완전한 자율집단으로 운영할 수도 없다. 프로이센의 전쟁 철학자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말대로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다. 정치를 뺀 전쟁 역시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

이 딜레마는 결국 현명한 정치로 풀어갈 수밖에 없다. 군의 자율성, 최선의 선택, 적절한 전술은 정치로부터 군의 독립이 아니라 건전한 정치와 양심적 권력, 합리적 민주사회라는 기반 위에서 발휘된다. 남북이 대립하는 우리 상황에 비춰 보면 휴전선에서 서울까지는 1회성 전역의 거리에 있다. 단 한 번의 작전 행동으로도 서울이 무너질 수 있다. 정치적 이기주의에서 벗어난 합리적 대응책이 필요한 이유다.

제2차 세계대전을 부른 독일의 폴란드 침공 당시 모든 면에서 열세였던 폴란드군은 후퇴해 방어선을 축소하고 결사 저항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한 치의 땅도 빼앗길 수 없다는 명분에 지배돼 전 국토에 병력을 분산시키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런 사례는 전쟁사에서 숱하다. 한 치의 땅도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것은 대표적인 정치적 명분이다. 땅을 지키려면 한 치의 땅도 효과적이고 합리적으로 경영해야 한다.



임용한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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