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유 탄생 100주년’ 기획전 절제된 화면… 한국적 정서 담아 “작품속 구도자는 우리의 자화상”
졸졸 흐르는 개울물에 작은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친다. 그 앞에 한 남자가 질박한 그릇과 함께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넓고 맑은 여백 속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귀를 연 표정은 마치 달관한 듯 보인다. 작품 제목도 귀를 씻고 자연의 소리를 즐긴다는 뜻인 ‘세이낙자연성(洗耳樂自然聲)’이다.
전시는 동판(銅板)에 죽음을 표현한 초기작부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이 2022년 매입해 유명해진 ‘대산루(對山樓)’ 등 후기작까지 아우른다. 화가를 꿈꾸는 영어 교사였던 김 작가는 불혹을 훌쩍 넘긴 1970년에야 작가로서 이름을 알렸다. 동아일보사가 주최한 제1회 서울국제판화비엔날레에서 대상을 받으면서였다. 그러나 그 뒤에도 외부 활동보다는 내면에 더욱 몰두하면서 한국적 정서와 미감을 다루는 데 매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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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유 작가의 1990년대 유화 작품 ‘강’. 서울미술관 제공
화폭은 말년에 이르러 더 여유롭고 단출해졌다. 하얀 바탕에 기하학적인 자연과 명상하는 사람이 스미듯 배치된 ‘청산록수(靑山綠水)’가 대표적이다.
후기작 ‘다일완(茶一碗)’에 적힌 글귀 ‘무애착정(無碍着淨·마음에 걸림이 없이 맑고 깨끗한 상태)’처럼, 그의 그림은 관람객의 마음속 소란마저 잠재운다. 생전 작가에게 꼬리표처럼 달라붙던 ‘고독’이나 ‘은둔’ 같은 수식어 대신 사근사근한 고요가 느껴지기도 한다. 작가는 작품마다 거의 빠짐없이 그려 넣은 명상하는 사람에 대해 생전 “나 자신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라고 했다. 8월 17일까지.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