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發 쇼크 장기화] 파괴된 에너지 시설 재정비에… 종전돼도 호르무즈 개방 불투명 트럼프 “우리는 아무 상관 없다”… 전문가 “공급망 중동 비중 낮춰야”
미국과 이란이 종전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난은 올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쟁 기간 파괴된 에너지 시설을 재정비해야 하는 데다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 개방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 일부 생산시설 “복구까지 5년 걸려”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항의 석유 시설에 격추된 이란 드론 잔해가 떨어져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푸자이라=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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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정유시설이 있는 라스타누라 단지가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아 화염에 휩싸여 있다. 사진 출처X
중동에서 생산한 원유 등을 나르는 운송 시스템도 문제다. 이란이 전쟁 이후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LNG 물량의 20∼27%가 오가는 중동 공급망의 핵심 길목이다. 전쟁 전 이곳에 하루 평균 100여 척, 매달 약 3000척의 선박이 통과했으나 현재 기존의 5%도 안 되는 수준으로 줄었다. 그나마 오가는 선박이 이란 국적이거나 이란과 이해관계가 있어야만 통과할 수 있다.
종전이 된다 해도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될지는 불투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문제에 대해 “우리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호르무즈 해협은 그대로 둔 채 종전만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이란은 이번 전쟁을 계기로 일부 선박을 선별해 한 척당 200만 달러(약 30억 원)의 통행료를 받고 선박을 통과시키고 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운송이 전쟁 전처럼 활발해지기 어려울 수 있다.
사우디, UAE 등 주요 산유국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대체 경로를 적극 이용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안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전쟁 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 및 석유 제품이 통과한 반면 사우디와 UAE가 마련한 우회로는 현재 여유 수송량이 하루 280만 배럴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물량의 14% 수준이다.
● 발 묶인 선박들 “안전 확인도 시일 걸려”
호르무즈 해협이 열린다 해도 실제 원유를 실어 나르는 데 걸리는 시간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호르무즈 해협에서 출발한 유조선이 국내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약 20일이다. 다만 이는 전쟁 전 기준으로 당분간은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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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70%에 달하고 단기에 공급망을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어 최소 반년 이상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당장 전쟁 이전 수준으로 에너지 공급망을 정상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연말까지 경제 전반의 물가 부담이 클 것”이라며 “정부는 충격을 최소화하되 이번 기회로 에너지 중동 비중을 낮추는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