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근태-납북 어부 등 평생 고통 민주화사업회 “만행 지울수 없어” 영화 ‘남영동 1985’ 실제 모델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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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군사정권 당시 ‘고문 기술자’로 불리며 국가 폭력의 상징적 인물로 악명을 떨친 이근안 씨(88·사진)가 25일 숨졌다. 이 씨는 2023년 부인과 사별한 뒤 최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요양병원에 입소한 상태였다.
1970년 7월 순경으로 경찰에 입직한 이 씨는 이후 치안본부 대공수사관으로 일했다. 1980년대 공안 사건을 수사하며 전기·물 고문 등으로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 1985년에는 고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민주화 인사들을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에 강제 감금하고 고문했다. 김 전 장관은 평생 고문 후유증을 앓았고, 역시 이 씨에게 고문당했던 납북 어부 김성학 씨는 장애인이 됐다. ‘남영동 1985’ 등 군사정권 시대를 다룬 영화에 등장하는 고문 수사관은 그를 모티브로 삼았다.
1981년 간첩 조작 사건인 이른바 ‘학림 사건’으로 체포돼 이 씨에게 고문을 당했던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전 의원은 26일 통화에서 “이근안이 진실로 사과를 했다면 본인도 구원을 받았을 것이고 피해를 입었던 여러 사람들의 응어리진 한도 많이 풀렸을 것”이라며 “그래야 역사의 화해가 되는 것인데, 그가 마지막에 그런 길을 갔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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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출소 후 개신교 목사가 되며 종교 활동에 나섰지만 2012년 목사직에서 면직됐다. 그는 2012년 회고록 출판기념회에서 “그때는 사상범을 잡는 게 애국이고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 생각했다. (고문 피해자를) 쥐어박으면 안 되는데 그게 내 잘못”이라고 해 공분을 샀다.
이 씨의 사망 소식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고문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은 채 생을 마감했다”며 “죽음은 그가 저지른 만행을 지울 수 없으며, 민주주의 역사에 새겨진 피해자들의 고통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