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제공
클래식 공연장에 선 래퍼. 다소 언밸런스해 보이는 이 상상은 현실이 됐다. 창모는 5월 9,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대극장에서 공연 ‘창모: 더 엠퍼러(THE EMPEROR·황제)’를 선보인다.
세종문화회관이 대중 가수 공연을 꾸준히 선보여 왔지만 힙합 아티스트의 기획 공연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일 동아일보와 만난 창모는 “떨리다 못해 등에 큰 돌이 얹힌 기분”이라며 “관객들이 시간과 돈을 들여 오는 만큼 아깝지 않은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 피아니스트를 꿈꾼 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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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살때부터 나는 피아노를 쳤어, 영재였지/베토벤부터 모짜르트 바흐 쇼팽, 선배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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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꺾인 그를 붙잡아 준 것은 중학생 때 취미로 시작한 힙합이었다. 악보대로 섬세하게 연주해야 하는 클래식과 달리 거친 가사와 단순한 멜로디로 이루어진 힙합은 또 다른 해방감을 줬다. “어릴 때 혼자 랩을 녹음하고 있었는데 욕설이 들어간 걸 들은 어머니가 문을 열고 들어와 혼낸 기억이 있다”며 웃었다.
고교 3학년 때 그는 래퍼 더콰이엇과 도끼가 만든 레이블 ‘일리네어 레코즈’에 데모 테이프를 보냈고,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래퍼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메테오(METEOR)’, ‘아름다워’ 등 히트곡을 발표하며 한국 힙합 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티스트로 자리 잡았다.
클래식과 힙합, 상반된 두 장르를 모두 경험한 그는 이를 ‘자유로움’이란 단어로 표현했다.
“제가 좋아하는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는 거죠. 클래식에서 나올 수 없는 단순한 무드를 가져와 힙합에 섞고, 반대로 클래식의 아날로그 감각을 기계 위주의 힙합과 맞닿게 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그의 음악에는 클래식의 영향을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 많다. 힙합 신에서는 그의 음악을 두고 “너무 웅장하다”, “테크닉이 많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그에 대한 반응은 담담하다.
“그게 전데요. 없앨 수도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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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로 활동하면서 오케스트라를 볼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L시리즈 공연을 할 때도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하게 됐다고 하니까 ‘이게 된다고?’ 싶더라고요.”
●베토벤 협주곡 ‘황제’ 연주 선보여
세종문화회관 제공
준비 과정은 쉽지 않았다. 악보에 손가락 번호가 표시돼 있지 않아 자신에게 맞는 번호를 직접 찾아야 했다. 그는 요즘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하루 두 시간씩 피아노 연습에 매진하는 ‘수도승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씨 연주 영상을 틀어 놓고 박자와 악상을 최대한 맞춰 따라 해보려고 했다”며 “그렇게 하면 적어도 ‘평타’는 치지 않을까 싶었다”고 했다.
‘황제’라는 콘셉트는 세종문화회관 측이 먼저 제안했다. 베토벤 같은 음악 거장을 ‘선배’라고 부르는 ‘마에스트로’ 가사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창모는 “자칫하면 ‘내가 황제’라고 거만하게 보일까 봐 처음에는 망설였다”고 했다.
올해 1월에는 베토벤과 브람스, 슈베르트 등 거장들이 잠든 공동묘지를 찾아 새해 인사를 했다고 한다. “그분들은 그 시대의 지드래곤 같은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저도 그렇게 묻히게 되겠죠.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후회 없이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실생활에 영향 미치는 아티스트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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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올해 발매될 정규 앨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곡”이라며 “지금까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여기까지 온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내려 한다”고 했다.
그가 그리고 있는 음악의 목표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듣게 되는 음악’이다.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밥 먹을 때 유튜브 틀어놓고 보듯이, 떼어놓을 수 없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유행처럼 한 시즌에만 듣는 게 아니라요. 우리들이 어떤 감정에 젖고 싶을 때 김동률 선배님의 노래를 듣듯이, 그렇게 남고 싶어요.”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