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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協 “사내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 필요한 곳 아직 많아”

입력 | 2026-03-05 20:40:00

홍대식 로스쿨협의회 이사장 인터뷰
“국제업무 등 해외로펌 맡기는게 현실
의사 응시자 탈락 걱정 안하는 것처럼
변시도 합격률 80%까지 끌어올려야”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로스쿨협의회 사무실에서 홍대식 이사장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증원을 주제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똑같은 자격시험이지만 합격률이 평균 90%대인 의사 시험 응시자는 탈락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반면 변호사시험은 정부가 매년 합격 인원을 정해 절반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홍대식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협의회 이사장(61·사법연수원 22기·사진)은 지난달 2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2009년 처음 문을 연 로스쿨은 사법시험을 대신해 법조인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3년간의 법조 교육을 제공하지만 변호사시험 관문을 넘지 못하는 졸업생들이 매년 절반 가까이 나오고 있다.

합격률을 지금 수준으로 묶어두는 건 로스쿨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는 게 홍 이사장의 주장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학생들이 시험 위주의 암기식 공부에만 매달리게 됐다고도 우려한다. 홍 이사장을 서울 중구 로스쿨협의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0년 이후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매년 17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매년 3000명이 넘는 인원이 변호사시험을 보고 있다. 올해 치러진 제15회 시험에는 3757명이 원서를 냈다. 이 중 1700명만 뽑아서는 누적된 불합격이 해소되지 않는다. 변호사시험 난이도는 매년 비슷한데 응시자가 누적되면서 합격선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
합격자 수는 법무부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가 합격률을 감안해 매년 정한다. 최근에는 합격률 50% 초반으로 수렴하고 있다. 이를 80%대까지 올려야 한다. 로스쿨협의회가 가진 통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매년 5%포인트씩 합격률을 올리면 5년 뒤에는 80%가 된다. 이렇게 되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2026~2031년 1900명대로 늘었다가 2032년 이후 1800명대로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로스쿨협의회 사무실에서 홍대식 이사장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증원을 주제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합격률 80%를 주장하는 근거는.

“다른 전문가 양성 제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자는 것이다. 로스쿨과 변호사시험은 기본기가 된 사람들을 선발해 교육한 뒤 적응하지 못한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법조인이 되게끔 설계됐다. 하지만 여러 이해관계로 본래 목적이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
80%가 합격하면 누적된 불합격자 수가 해소되고 응시자 수가 안정될 수 있다. 불필요한 경쟁이 해소되면 학생들이 민사법, 형사법 위주의 변호사시험에 매몰되지 않고 노동법, 공정거래법처럼 적성에 맞는 다양한 전문법을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기초법학과 특성화 교육이 강화되고 실무 역량과 공익 분야에 대한 관심도 확대되는 등 로스쿨 제도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 교육이 가능해질 것이다.”

―변호사 수가 이미 포화상태라는 주장도 있다.

“송무를 담당하는 서초동 변호사들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송무가 법무의 전부는 아니다. 아직도 필요한 법률서비스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분야가 있다. 국내 법률시장은 2013년 3조9000억 원에서 2024년 9조6000억 원으로 2.5배로 늘었다. 사내 변호사 시장은 포함되지 않은 숫자다. 같은 기간 변호사 수는 2.2배로 늘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증가율이 낮아지고 있다.
게다가 어떤 시장이든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있다고 해서 시장 진입을 막지는 않는다. 전문직도 마찬가지다. 라이센스는 최소한의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 시장에 진입하는 걸 막으려는 장치이지 업계 사람들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는 아니다.”

―법률서비스가 부족한 분야는 어딘가.

“한국 기업들이 열심히 돈을 벌어서 정작 법률서비스는 미국 로펌에 맡긴다. 국제 업무나 금융 분야가 특히 그렇다. 국내에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를 받지 못해 피해를 보기도 한다. 연구개발에만 몰두하다 기술을 빼앗기는 벤처 기업이 대표적이다. 코스피가 6000선을 넘으니 외국계 헤지펀드들도 한국에서 돈 벌어가려 혈안이다. 법률 대응이 제대로 안 되면 기껏 좋은 제품, 서비스 만들어서 남 줄 수밖에 없다.
전문 분야의 인력 부족 문제와 함께 지역과 공공 영역의 수급 불균형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변호사 수는 증가했지만 상당수가 서울, 특히 서초동에 집중돼 있다. 단적인 예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 교육청의 변호사 채용은 지원자 부족으로 인한 ‘재공고’가 일상화돼 있다. 겉으로는 변호사가 과잉인 것처럼 보이지만 지역과 공공 분야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더 많은, 새로운 법조 인재를 계속해서 배출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로스쿨협의회 사무실에서 홍대식 이사장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증원을 주제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결원보충제’를 폐지하는 등 로스쿨 입학정원을 조정하면 합격률이 올라갈 텐데.

“결원보충제는 로스쿨 자퇴 등으로 결원이 생기면 다음 학년도 입학정원을 일부 늘려주는 제도다. 왜 결원이 생기는지 근본적인 문제부터 봐야 한다. 학생들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수도권 중에서도 더 취업이 잘 되는 로스쿨로 이동하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결원 보충을 하지 않으면 상위 로스쿨로 쏠림은 심화되고 지방의 소형 로스쿨은 공동화될 수밖에 없다. 지역 인재를 균형 있게 선발하고 법률서비스가 잘 닿지 않는 지방에 변호사들이 골고루 진출하게 하려는 로스쿨 도입 취지에 안 맞는다.”

―변호사시험에 5번 탈락하면 더는 응시할 수 없다. 이 같은 ‘오탈자’가 누적 2000명에 이른다.

“어떤 교육이든 모두의 성과를 보장할 수는 없다. 로스쿨에 입학해 보니 막상 적성에 맞지 않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공부하기 어려운 경우가 꼭 생긴다. 그런 학생들은 기업 법무팀 등 빨리 다른 일자리를 찾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
문제는 사법시험 세대 ‘고시 낭인’처럼 이들도 본인이 낙오자라는 생각을 가진다는 것이다. 로스쿨 학위만으로 진로 설계가 어렵기도 하다. 미국에선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않고 로스쿨만 졸업한 JD(Juris Doctor) 학위자도 전문성이 우대되는 것과는 다르다. 그들에게 맞는 진로를 설계해 줄 수 있는 기반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의 제한적인 합격률로 인해 충분한 자격이 있는데도 5회 탈락하는 안타까운 사례들도 보인다.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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