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헌-당규 개정 강행에 친명 공개 반발 친명 “권리당원 83% 여론조사 불참… 압도적 찬성 자화자찬 낯뜨거워” 鄭측 “李대통령과도 조율한 내용… 24일 당무-28일 중앙위 그대로 갈것”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5.11.21/뉴스1
친명(친이재명)계 핵심으로 꼽히는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정 대표가 ‘1인 1표제’ 등 당헌·당규 개정 작업에 착수한 것에 대해 이렇게 비판했다. 강성 당원들의 표심을 얻어 당 대표로 선출된 정 대표가 연임을 위해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취지다.
일명 ‘정청래 룰’의 추진을 두고 친명 진영의 공개 반발이 이어지면서 당내 균열로 확산되는 조짐이다. 정 대표 체제 이후 조직적인 반발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는 그간 개혁 추진 과정에서 당정 간 엇박자를 내며 강경 노선을 이끈 정 대표에 대한 불만과 정 대표 연임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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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내에서도 공개 설전이 벌어졌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21일 최고위원회가 끝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최고위원회의에서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정 대표가) 강행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7 대 2로 의결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최고위원을 포함해 친명계인 한준호 최고위원만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는 것. 하지만 한 지도부 관계자는 “비공개 회의 때 김병기 원내대표를 포함한 이언주 한준호 황명선 최고위원도 반대 의견을 냈다”고 주장했다.
원내·외 친명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당헌·당규 개정이)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나선 기간이어야만 했는가”라고 정 대표를 비판했다. 2023년 친명 최대 원외 조직으로 출범한 혁신회의는 현재 현역 의원 44명이 참여하고, 회원 수가 1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2일 페이스북에 “164만5000여 명 권리당원의 압도적 다수인 83.19%가 여론조사에 불참했다”며 “찬성도 24만여 명으로 14.5%에 불과해 압도적 찬성이라는 지도부의 자화자찬이 낯뜨겁다”고 했다.
● 鄭 “李 대표 시절부터 꾸준히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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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당헌·당규 개정 정당성을 두고 논란이 본격화되면서 당내 반발은 쉽사리 진화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명(비이재명)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정 대표가 무리한 연임 행보로 자충수를 둔 것”이라며 “중앙위 의결 과정에서 공개 토론의 장을 마련하지 않으면 정 대표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지금 대의원들이 이재명 대표 시절에 뽑힌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 다 죽이고 자신을 보고 유입된 강성 당원들한테 힘 실어주겠다는 것”이라며 “이재명 죽이기”라고 비판했다.
당 안팎에서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가운데 정 대표의 연임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당헌·당규 개정안이 중앙위에서 부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초선 의원은 “아직까진 정 대표가 추진하는 내용들을 다들 지켜보는 분위기”라며 “상처가 곪으면 고름이 터져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