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정해진 것일까, 인간의 의지로 만들어 가는 것일까. 우연히 얻게 된 무언가로 엄청난 일을 하고, 세상의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려가는 이가 있다. 몰랐던 진실을 마주하며 발걸음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운명과 마주하는 이들을 그린 뮤지컬을 살펴보자.》
>> 뮤지컬 ‘데스노트’- 정의를 향해 던지는 강렬한 질문
뮤지컬 ‘데스노트’에서 테니스 경기 후 라이토(조형균·왼쪽)와 엘(김성규·오른쪽)을 사신 류크(임정모·가운데)가 지켜보고 있다.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만들었다. 강렬하고 속도감 있는 이야기에 프랭크 와일드혼의 중독성 깊은 음악이 결합돼 무대에 곧장 빠져들게 된다. 발광다이오드(LED)로 무대의 3면을 정교하게 활용해 도심 교차로, 경찰서, 테니스장 등 숱한 장소가 빠르게 전환된다. 긴장감 속에 몰입도를 한층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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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토와 엘이 벌이는 긴박한 추격전 속에 인간 세상의 단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미사는 부모님을 숨지게 한 이가 처벌받지 않자 좌절하지만 그를 단죄한 라이토를 깊이 사랑하게 된다. 렘은 그런 미사에게 조건 없이 애정을 쏟는다. 거세게 소용돌이치는 인간 세계를 바라보며 렘과 류크가 나누는 대화는 인간과 사회를 곱씹어보게 한다. 선과 악, 증오와 복수, 자만과 희생을 예리하게 그리며 인간이 인간을 어디까지 처벌할 수 있는지 묻는다.
내년 5월 10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14세 이상 관람 가능. 8만∼17만 원.
>> 뮤지컬 ‘에비타’- 야망을 향한 불꽃, 그 빛과 그림자
뮤지컬 ‘에비타’에서 에바 페론 역을 맡은 배우 김소현 김소향 유리아.(왼쪽부터) 블루스테이지 제공
‘에비타’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에바 페론의 삶을 ‘체’라는 해설가를 통해 조망한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여러 남자들을 거침없이 이용하고, 후안 페론과 결혼한 에바 페론의 행보에 망설임은 없다. 후안 페론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에바 페론이 부른 유명곡 ‘Don’t Cry for Me Argentina’는 가슴을 뜨겁게 달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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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타 역은 김소현 김소향 유리아가 맡았다. 체는 마이클 리, 한지상 민우혁 김성식이 연기한다. 후안 페론 역에는 손준호 윤형렬 김바울이 발탁됐다.
내년 1월 11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 7세 이상 관람 가능. 6만∼16만 원.
>>뮤지컬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 비극의 상처, 마주하고 기억하다
뮤지컬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에서 희택(나재엽·왼쪽)과 윤섭(이선우)이 대화하고 있다.(왼쪽 사진) 경찰인 윤섭(임강성·왼쪽)은 인경(장보람)을 압박한다. 오차드뮤지컬컴퍼니 제공
6·25전쟁 당시 벌어진 양민 학살의 진실을 파헤치고 살아남는 자들이 짊어져야 할 책임을 비춘 창작 뮤지컬이다. 전쟁이 할퀴고 간 상처, 침묵과 망각으로 인한 고통을 가족사를 통해 한 겹씩 차례로 벗겨낸다. 국가의 폭력이 인간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아프게 보여준다. 진실을 드러내고 기억함으로써 또 다른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책임이 남은 자에게 있음을 묵직하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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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극장 온(구 CJ아지트). 10세 이상 관람 가능. 4만4000∼6만6000원.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