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5대은행 신용대출 1조1807억 증가 10월 한달간 증가폭 넘어서…마통이 90% ‘빚투’ 지표인 신용융자 잔고도 최대치
9일 서울 용산구에 설치된 은행 ATM기를 시민들이 이용하는 모습. 2025.11.9 뉴스1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이달 들어 불과 1주일 만에 1조2000억 원 가까이 급증했다. 증시 랠리로 투자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어난 데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신용대출로 수요가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증권사 고객들의 ‘빚투(빚을 내 투자)’ 규모도 나날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투자 열풍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주 만에 전월 증가 폭 넘어서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7일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잔액은 105조9137억 원으로 전월 말(104조7330억 원)보다 1조1807억 원 늘었다. 1주일 만에 10월 한 달 간의 증가 폭(9251억 원)을 넘어선 것이다. 특히 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1조659억 원 급증해 증가액의 90%가량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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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4000을 돌파하는 등 시장이 좋아지면서 시도 때도 없이 주식을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테이블 아래서 주식을 하는 모습.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특히 코스피가 3,800대까지 폭락한 5일에는 하루에만 5대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6238억 원 불어났다. 시중은행 센터장은 “‘AI 거품론’에도 개인 고객들은 이를 잠깐의 조정으로 여기고 반도체 대형주들을 추가로 매수했다”며 “이 같은 고위험 투자 성향을 지닌 개인 고객 중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활용하는 경우가 실제로도 많다”고 설명했다.
6월, 9월에 이어 지난달 세 번째로 발표된 부동산 대책도 신용대출 수요가 늘어난 요인이다. 정부는 지난달 15일 서울의 모든 지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서, 15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 한도를 최대 2억 원까지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시중은행 지점장은 “예전만큼 주택담보대출 여력이 안 나니 사내 대출과 신용대출까지 최대한 받아 집을 사는 기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증권사 신용융자 잔고도 사상 최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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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주가 조정 시 빚투에 나선 개인들의 손실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신용융자는 자본재, 반도체 업종 등에 집중돼 있어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에 따른 주가 하락 폭이 커질 우려가 있다”며 “두 업종이 코스피 시가 총액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지수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