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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지 1년이 된다. 그는 최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1년 전만 해도 미국은 매우 심각한 곤경에 처해 있었지만 내가 취임한 후 힘을 되찾았다”며 “취임 후 9개월 만에 18조 달러 규모의 투자를 확보해 미국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경제력을 갖게 됐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자국 내 민심의 평가는 트럼프의 자평과는 거리가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트럼프 당선 1주년을 앞두고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지지율은 41%로 2021년 미 의사당 습격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구호와 달리 ‘미국의 세계적 리더십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강해졌다’보다 우세했고, ‘경제가 나빠졌다’는 응답은 절반이 넘었으며, 특히 관세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가 65%로 높았다. 휘발유 가격 인하에도 상호관세로 물가가 오름세인 것이 악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야당인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보는 것도 아니다. 민생에 무관심하기로는 트럼프나 여당인 공화당보다 민주당이 더하다는 평가다. 내년 중간선거가 오늘 당장 치러진다면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는 답변(46%)과 공화당 쪽을 찍겠다는 답변(44%) 간 별 차이가 없었다. 트럼프의 실점이 민주당의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는 주요 요인으로는 정치적 양극화가 꼽힌다. 미국 동서부 해안은 파란색(민주당), 그 사이 지역은 빨간색(공화당)이다시피 해 나라가 두 쪽 난 상태이고, 트럼프 지지율도 공화당원 사이에선 86%, 민주당원의 경우 5%로 극과 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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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된 헨리 키신저는 “트럼프는 역사상 한 시대가 종언을 고할 때 등장해 그 시대의 가식을 벗겨 내는 인물일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의 등장으로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막을 내리고 각자도생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가 극우 세력의 발호와 정치적 양극화를 겪고 있는 것도 트럼프 영향이 크다. 전 세계를 유례없는 불확실성으로 던져넣고 있는 트럼프의 임기가 아직 39개월 남았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