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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일당 큰 이익” 4년만의 1심서 모두 중형…李 관여 여지 남겨

입력 | 2025-10-31 21:09:00


김만배(왼쪽), 유동규. 뉴시스

법원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4895억 원 가량의 손해를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끼친 혐의(배임)로 기소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 ‘대장동 일당’ 5인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20대 대선을 앞둔 2021년 10월, 유력 대선주자였던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연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지 4년 만에 나온 대장동 사건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민간업자들과 같은 혐의로 기소돼 있지만 대통령 취임 후 재판은 중지됐다.

● 法, “대장동 일당, 사업자 내정 및 특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31일 오후 화천대유 대주주 김 씨,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사장 직무대리,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 등 5명에게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유죄를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김 씨는 징역 8년에 추징금 428억 원을, 유 전 직무대리는 징역 8년과 벌금 4억 원, 추징금 8억10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남 변호사는 징역 4년, 정 회계사는 징역 5년, 정 변호사는 징역 6년과 벌금 38억 원, 추징금 37억2200만 원이 각각 선고됐다.

법원은 대장동 사건에 대해 “장기간에 걸쳐 금품 제공 등을 매개로 형성한 유착관계에 따라 서로 결탁해 벌인 일련의 부패범죄“라고 정의했다. 재판부는 “민간업자들이 대장동 개발사업자로 내정됐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여러 정황이 나타난다”면서 “특혜를 입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 재선을 위해 출마한 이 대통령의 선거자금 명목으로 대장동 일당이 수억 원을 조성해 유 전 직무대리를 통해 조력한 점을 지적하며 “민간업자들과 성남시, 성남도개공 관계자들의 유착관계가 형성됐다”고 했다. 또 2014년 6월 화천대유 대주주 김 씨가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과 ‘의형제 모임’을 갖고, 대장동 사업권을 ‘대장동 일당’에게 주겠다는 취지의 약속을 받았다는 점도 사전 내정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 “4000억 이상 수익 알고도 1822억 확정이익은 배임”

재판부는 핵심 쟁점인 배임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재직 때 민관합동방식으로 추진됐다. 대장동 사업으로 거둔 이익만 5916억 원에 달한다. 그런데 50%+1주의 지분을 갖고 있는 성남도개공은 1822억 원의 고정된 확정이익만 가져갔고, 이익의 대부분인 4054억 원은 김 씨 등 민간업자에게 돌아갔다.

이 같은 수익구조에 대해 법원은 “당시 부동산 경기, 수지 분석 등을 종합했을 때 4000억~5000억 원의 수익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며 “더군다나 사업협약 체결 과정에서 추가이익 분배 주장이 있었는데 이를 묵살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성남도개공의 출자비율에 따라 예상 개발이익의 50%를 얻을 수 있었지만 확정이익 1822억 원으로 묶는 사업설계로 인해 그만큼의 손해(배임)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검찰이 기소하면서 적용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배임 혐의가 아닌 업무상 배임으로 유죄를 선고했다. 형량이 더 높은 특경법 적용을 위해선 구체적 배임 액수가 산정돼야 하지만 어느 정도 이익이 날지 정확히 계산하기 어려운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 “유동규, 성남시 수뇌부의 중간관리자 불과”

법원은 이와 함께 김 씨가 자신의 천화동인 1호 수익 가운데 절반 가량인 428억 원(세전 700억 원)을 유 전 직무대리 측에 제공하기로 약속하고, 이 가운데 5억 원을 실제로 건넨 것도 사실로 인정했다. 검찰은 이 같은 혐의에 대해 각각 부정처사후 수뢰, 뇌물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배임 범죄로부터 비롯된 범죄 수익을 배분받은 것이라 뇌물죄 등을 따로 적용할 순 없다”면서 유 전 직무대리의 뇌물죄에 한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성남시장이던 이 대통령의 구체적 관여 여부까진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유 전 직무대리에 대한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모든 걸 단독으로 결정할 위치는 아니었고, 성남시 수뇌부가 결정하는 데 중간 관리자 역할만 한 점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성남시 수뇌부는 성남시장이던 이 대통령을 가리킨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법원이 대장동 일당과 이재명 대통령의 유착관계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며 검찰에 이 대통령 대장동 사건의 공소를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당시 최종 결정권자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유죄도 당연한 수순”이라며 “오늘 판결은 ‘이재명 방탄 정권’의 붕괴가 시작됐다는 신호탄”이라고 주장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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