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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 오를것” 기대심리 4년만에 최고

입력 | 2025-10-29 03:00:00

10월 주택가격전망지수 10P 상승
문재인정부 집값 급등 이후 최고치
“소비자들 수요억제 한계 이미 학습
수도권 집값 잡을지 의문” 지적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에도 1년 후 집값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과거 정부에서 수차례 나온 부동산 대책이 실패로 돌아간 것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여전히 집값 상승을 내다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강도 높은 수요 억제책 이후 발 빠르게 공급 대책을 발표해야 집값 상승 전망도 잦아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주택가격전망지수 4년 만에 최고치

28일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0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2로 전월보다 10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이 급등했던 2021년 10월(125)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다. 상승 폭도 2022년 4월 10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년 후 집값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한다. 100보다 높으면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소비자가 하락을 예상하는 소비자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주택가격전망지수와 달리 경기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판단이 반영된 10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9.8로 전월(110.1)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9월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세다. 소비자 심리는 다소 위축됐지만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는 커진 셈이다.

한은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오름폭이 확대되면서 10월 주택가격전망지수도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조사는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이달 14일부터 21일까지 이뤄졌다. 다만 응답의 75%가 10·15 대책 발표 전날인 14일 나온 것이어서 대책 이후 전망이 많이 반영되진 못했다. 이혜영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지수상으로는 6월 수치인 120보다 조금 높아진 수준”이라며 “앞으로 부동산 시장 상황을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0·15 대책 발표 전후로 서울 아파트 값 주간 상승률은 역대 최고를 찍은 바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값은 전주(13일 기준·0.54%) 대비 0.50% 올랐다. 전주 상승률은 추석 연휴 기간을 포함한 2주간 누적 상승률로, 1주간 상승세로는 2012년 주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폭이었다.

● “정부 부동산 대책 불신 담겨”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는 과거 정부 때처럼 부동산 규제가 집값을 제어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내놓긴 했지만 소비자들은 이미 문재인 정부 때 수요 억제 정책의 한계를 학습한 상태”라며 “단기간 내에 뚜렷한 공급 계획도 없어 수요가 몰리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8·2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 세종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40%로 강화하는 등 수요 억제책을 도입했다. 하지만 일시적인 관망세 이후 집값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고 주변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자 정부는 추가 규제를 거듭했다. 올해 6·27 대출 규제에서도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제한하고 실거주 의무를 부과했지만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집값은 잡히지 않고 최고가 거래가 계속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의 대책으로 서울 등 수도권의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대책은 집을 사기 위한 대출 등 자본 조달을 막은 것으로 ‘현금 부자’의 주택 수요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의 양극화가 이미 많이 진행됐기에 자본 활용이 가능한 이들의 수요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집값 상승 기대는 경제 전반이 활성화된 영향이라는 진단도 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국 금리 인하와 국제 정치 불확실성 완화로 유동성이 확대되고 주식이나 금 등 자산시장이 회복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외부적 요인으로 부동산 시장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진정시킬 수 있도록 정부가 주택 공급 계획을 속도감 있고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임유나 기자 im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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