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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빈 살만 단독 면담… 사우디 거점으로 중동 활로 모색

입력 | 2025-10-29 03:00:00

내년 가동 年5만대 생산공장 점검
사우디 車시장 1분기 12% 성장
현대차, 현지 전용 에디션 출시 계획
수소 생태계 구축 협력도 논의



현대자동차그룹은 26일(현지 시간)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 사우디아라비아 생산법인(HMMME)을 찾아 신공장 건설 현황과 사우디 판매 전략을 점검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은 정 회장, 호세 무뇨스 사장이 사우디 신공장 건설 진행 현황을 들으며 공장을 둘러보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주말 사우디아라비아를 전격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나 현지 생산 및 투자 계획을 논의했다. 정 회장이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지만 단독 면담은 처음이다.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가 장기화되면서, 미국 시장에서 일본보다 관세율이 높은 ‘역관세’ 상황이 지속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 두 자릿수 성장하며 주목받는 사우디 시장

사우디는 석유 중심이던 산업 구조를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맞춰 제조업과 수소 에너지 산업 등으로 재편하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정 회장은 빈 살만 왕세자와 이 프로젝트와 관련된 자동차 산업 강화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에서 자동차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사우디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자동차 허브’로서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사우디의 자동차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에만 신차 22만여 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 이상 시장 규모가 커졌다. 2017년 여성의 운전이 허용되면서 자동차 수요가 급격하게 늘기 시작한 것이 이유로 꼽힌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량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22년 12만1800대였던 판매 규모가 지난해는 19만9515대까지 늘었다. 올해는 총 21만 대 이상을 팔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예측하고 있다.

엑센트 등 여성 운전자에게 인기가 많은 중소형 차량 판매가 상승세다. 여기에 싼 연료비 때문에 전기차보다 내연기관 차의 수요가 아직은 절대적이라 전기차 위주의 중국 자동차들이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대형 차량과 고부가가치 차량의 인기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회사는 향후 사우디 전용 ‘스페셜 에디션’ 출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및 하이브리드 차량 등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전략에 따라 현대차는 사우디를 ‘중동의 생산 전진 기지’로 만들기 위해 법인을 설립하고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올해 5월 사우디의 수도 제다 인근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에 ‘현대차 사우디 생산법인(HMMME)’ 생산 공장을 착공했고, 내년 4분기(10∼12월)부터는 연 5만 대 규모의 생산이 시작된다. 정 회장은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기에 앞서 공장 건설 현장을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과 함께 둘러봤다.

● ‘수소 경제’도 공감대

‘석유 경제’에서 ‘수소 경제’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사우디 정부의 정책도 현대차와 공감대를 이뤘다. 현대차그룹은 전사적 역량을 동원해 수소 생태계 구축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올해 5월 네옴 중심 업무지구와 해발 2000m 이상의 고지대인 ‘트로제나’를 잇는 경로를 따라 수소연료전지(FCEV) 버스의 시험 주행을 성공시키는 등 현지에서 수소 모빌리티 환경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속적으로 사우디와 사업 영역을 넓혀 나갈 예정이다. 정 회장은 빈 살만 왕세자와의 면담에서 “신재생에너지와 수소,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에너지 분야에서 다각적인 사업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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