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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운동 ‘짧게 여러번 vs 한번에 오래’…뭐가 좋을까

입력 | 2025-10-28 09:44:00

같은 걸음 걷더라도 ‘15분 이상’이 건강에 효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하루에 똑같이 8000보를 걷더라도, 한 번에 15분 이상 길게 걸어 걸음 수를 쌓는 것이 짧게 여러 번 걷는 것보다 향후 10년간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과 심혈관질환(CVD)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개요

국제 학술지 내과학 연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27일(현지시각) 논문을 발표한 스페인과 호주 공동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평균 나이 62세의 성인 3만 3560명을 대상으로 2013~2015년 사이에 수집된 데이터를 사용해 하루 동안의 활동 패턴을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3~7일 동안 손목에 활동량 계를 착용해 객관적인 신체활동 수준을 측정했다.

하루 평균 8000보 미만 걷는 이들은 ‘활동 부족’, 5000보 미만은 ‘좌식 생활’로 분류했다. 전체 참가자의 하루 중간 걸음 수(일렬로 세웠을 때 중간값)는 5165보였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하루 걸음 수를 어떤 식으로 쌓는지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눴다.

△한 번에 5분 미만 걷는 그룹 △5분 이상~10분 미만 걷는 그룹 △10분 이상~15분 미만 걷는 그룹 △15분 이상 걷는 그룹.

-42.9%가 5분 미만 걷기 그룹에 속해 가장 많았다.
-33.5%는 5분 이상~10분 미만,
-15.5%는 10분 이상~15분 미만,
-8.0%는 ‘한 번에 15분 이상 연속 걷기’를 주로 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사망 위험 및 심혈관질환 위험
9.5년 동안 추적할 결과, 주요 건강 지표는 다음과 같다.

▸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
-5분 미만: 4.36%,
-5분 이상~10분 미만: 1.83%,
-10분 이상~15분 미만: 0.84%,
-15분 이상: 0.80%.

▸ 심혈관질환 위험
5분 미만: 13.03%,
5분 이상~10분 미만: 11.09%,
10분 이상~15분 미만: 7.71%,
15분 이상: 4.39%,

즉, 한 번에 걷는 구간이 짧을수록 전체 사망 및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고, 반대로 한 번에 15분 이상 연속해서 걷는 사람들은 그 위험이 눈에 띄게 낮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좌식 생활자에서 길게 걷기 효과 더욱 뚜렷
특히 하루 5000보 미만 걷는 ‘좌식 생활자’에서 한 번에 걷는 구간이 길수록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및 심혈관질환 위험이 더 많이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좌식 생활자 중 5분 미만 걷는 사람의 사망 위험이 5.13%인데 반해 15분 이상 연속 걷는 사람은 0.86%에 불과해 6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이번 연구의 제1 저자인 스페인 마드리드 유럽대학교(Universidad Europea de Madrid) 의학·보건·스포츠 학부의 보르하 델 포소 크루스(Borja del Pozo Cruz) 교수는 “긴 걷기는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혈압을 낮추며, 혈당 조절을 돕는다. 이 모든 것이 심혈관 건강의 핵심 요소”라며 “또한 더 오래 걷는 것은 심장 자극의 강도를 높이고, 근육을 완전히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CNN에 설명했다.

그는 “이 결과는 ‘하루 1만 보’라는 개념에 새로운 의미를 더한다. 비록 1만 보를 채우지 못하더라도, 짧게 자주 걷는 것보다 조금 더 오래 걷는 것이 심장 건강과 장수에 훨씬 효과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텍사스 A&M대학의 스티븐 라이히먼(Steven Riechman) 교수는 “짧게 걷는 때에는 몸이 완전히 운동 모드로 전환되지 않기 때문에 건강 효과가 약할 수 있다”라며 “운동을 시작하면 신체가 휴식 상태에서 활동 상태로 바뀌며 여러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이 과정에는 시간이 걸린다. 예를 들어 체온 상승 같은 변화는 5분 미만의 걷기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NBC 뉴스에 설명했다.

결론 및 시사점
이번 연구는 신체 활동량이 적은 사람(하루 8000보 미만)이나 좌식 생활자에게, 짧은 간헐적 걸음보다 10~15분 이상 연속해서 걷는 ‘목적 있는 걷기’가 건강에 훨씬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하루 총 걸음 수뿐만 아니라, 걷기 패턴과 지속 시간이 심혈관 건강과 장기 생존에 중요한 변수임을 시사한다”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활동량이 적은 사람일수록 하루 중 일부 시간을 정해 15분 정도 꾸준히 걷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건강 최적화에 도움이 된다고 결론지었다.

5분 미만 짧은 ‘운동 스낵’도 체력 향상에 도움 된다며?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영국 스포츠의학 저널(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실린, 5분 미만의 짧은 운동(‘운동 스낵’)이 체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다른 연구 결과와는 상반된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
그 연구의 ‘짧은 운동’은 구조화된 중등도~고강도 운동이었고, 이번 연구에서 말하는 짧은 걷기는 하루 중 자연스럽게 걷는 저강도 활동이었다는 점이다.

델 포소 크루스 교수는 “걷기는 누구에게나 도움이 된다. 걷기가 해로운 사람은 없다”라면서 “다만 이번 연구는 하루 8000보 이하로 걷는 저활동자나 좌식 생활자에게 특히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x.doi.org/10.7326/ANNALS-25-01547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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