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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아미타불, 멍멍!” 반려동물 천도재 열린 현덕사

입력 | 2025-10-12 13:52:00


현덕사 동식물 천도재의 대상은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살처분된 가축, 실험에 쓰인 동물도 포함한다. 현종 스님은 “한 약사가 대학 때 쥐를 실험용으로 사용했던 미안함과 죄책감에 선후배들과 천도재를 부탁해 지금까지 위패를 모시고 있다”며 “생명의 귀함을 느낀다면 거기가 극락”이라고 했다. 강릉=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나무 극락도사 아미타불(아미타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왈왈!”

“나무 접인망령 인로왕보살(망령을 인도하는 인로왕 보살님께 귀의합니다)”, “멍멍!”

부처님을 모신 엄숙한 대웅전에서 개 짖는 소리라니…. 그것도 큰 스님들의 법문과 염불이 한창인데. 그런데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이 작은 소란꾼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기만 할 뿐. 이슬비가 흩뿌리던 11일, 강원 강릉시 대한불교조계종 현덕사(주지 현종 스님)에서 열린 개산 26주년 동식물 천도재(遷度齋)는 그렇게 시작됐다.

천도재는 망자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치르는 불교 의식. 하지만 현덕사는 문을 연 1999년부터 지금까지 ‘동식물’을 위한 천도재를 별도로 지내고 있다. 20여 년이 넘게 한결같이 지내다 보니, 사찰 입구를 알리는 일주문(一柱門)도 없는 이 작은 절이 반려동물 천도재를 지내는 절로는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됐다.

현덕사 동식물 천도재의 대상은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살처분된 가축, 실험에 쓰인 동물도 포함한다. 현종 스님은 “한 약사가 대학 때 쥐를 실험용으로 사용했던 미안함과 죄책감에 선후배들과 천도재를 부탁해 지금까지 위패를 모시고 있다”며 “생명의 귀함을 느낀다면 거기가 극락”이라고 했다. 강릉=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어린 시절 장난치다 제비 새끼를 죽인 적이 있어요. 출가 뒤에도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려서 절을 세운 뒤에 그 제비 새끼를 위한 천도재를 몇 년 지냈습니다. 어떻게 사람들이 그걸 알고 세상을 떠난 자기 반려동물을 위한 천도재를 부탁하더라고요. 그게 벌써 20여 년 전이네요.”

이 때문에 현덕사 대웅전에는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과 함께 실험용으로 있다가 죽은 동물, 길에서 사고로 숨진 동물 등의 위패 수백 개를 모신 제단이 부처님과 함께 있다. 제단도 의식의 취지에 맞춰 자유롭게 꾸민다. ‘선(先) 애견 푸들 백초코 영가(靈駕·불교에서 죽은 이를 일컫는 말)’라고 적힌 위패와 함께 아이들이 반려동물을 생각하며 그린 그림도 함께 건다. 음식도 반려동물이 좋아했던 사료와 간식이 함께 오른다. 산짐승을 위한 무와 배추, 새들을 위한 좁쌀 등도 제단에 올랐다.

현덕사 동식물 천도재의 대상은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살처분된 가축, 실험에 쓰인 동물도 포함한다. 현종 스님은 “한 약사가 대학 때 쥐를 실험용으로 사용했던 미안함과 죄책감에 선후배들과 천도재를 부탁해 지금까지 위패를 모시고 있다”며 “생명의 귀함을 느낀다면 거기가 극락”이라고 했다. 강릉=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이날 천도재에는 스님과 신도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서울에서 온 안효진 씨(47)는 “현덕사 템플스테이에 왔다가 반려동물 천도재를 알게 됐다”며 “15년 전 키우던 레트리버 위패를 이곳에 모신 뒤 매년 천도재를 지내러 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두 시간에 걸친 천도재는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소망지를 태우는 소지(燒紙) 의식으로 마무리됐다.

현종 스님은 “지금은 반려동물 천도재가 자리를 잡았지만, 초기엔 거부감을 갖는 이들도 꽤 있었다”라며 “대웅전에 사람과 동식물의 위패를 함께 모셨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현덕사 동식물 천도재의 대상은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살처분된 가축, 실험에 쓰인 동물도 포함한다. 현종 스님은 “한 약사가 대학 때 쥐를 실험용으로 사용했던 미안함과 죄책감에 선후배들과 천도재를 부탁해 지금까지 위패를 모시고 있다”며 “생명의 귀함을 느낀다면 거기가 극락”이라고 했다. 강릉=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저는 외양만 강아지나 고양이일 뿐, 마음은 사람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지요. 오히려 더 기특해서 눈물이 날 때가 많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서로 의지하며 사는 연기(緣起)의 관계지요. 하물며 생명이라면 그 모습이 무엇이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스님은 “법당을 지을 때 키우던 강아지(현덕이)가 마르지 않은 시멘트 위를 밟아 혼을 냈는데, 현덕이가 가고 난 지금은 그 발자국이 저와 나를 잇고 인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끈이 됐다”라며 “천도재를 통해 동식물일지라도 인연이 닿은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했다.



강릉=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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