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부경찰서 오영훈 수사과장 사비로 보이스피싱 근거지 보려 출국 갈때 취업 미끼 걸려든 20대 구하고 올땐 조직서 탈출한 30대 만나 보호
부산 서부경찰서 오영훈 수사과장(경정)
부산 서부경찰서 오영훈 수사과장(56·경정)은 지난달 21~24일 사비를 들여 캄보디아 프놈펜을 찾았다. 팀이 추적 중인 투자 리딩 사기 조직의 근거지를 직접 확인하려는 목적이었다. 명확한 증거가 없어 출장 명목을 낼 수 없었지만, 동남아 현지에서 보이스피싱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직접 보고 싶었다. 현지 대사관과 한인회를 통해 특정한 조직 건물은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있었고, 외부인 출입은 철저히 차단돼 있었다.
첫 번째 구조는 프놈펜공항에 도착하던 비행기 안에서 벌어졌다. 대사관 경찰영사로부터 “보이스피싱 조직에 합류하려는 20대 남성을 찾아 인계해 달라”는 긴급 문자가 도착한 것이다. 부모는 “지적장애 자녀를 취업시켜 준다는 말에 속아 캄보디아로 향했다”며 경찰에 신고해둔 상태였다. 인적 사항과 사진을 받아 확인해보니, 공교롭게도 그 청년은 오 과장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오 과장은 착륙 후 그가 출입국 심사를 마치고 공항을 빠져나갈 때까지 밀착 감시했고, 결국 대기하던 경찰영사에게 무사히 인계했다.
광고 로드중
오 과장은 경찰 내에서 ‘보이스피싱 예방 전도사’로 불린다. 4년 전 자신에게 사기 전화가 걸려온 것을 계기로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판단했고, 이후 유튜브 채널 ‘솔루션 형사’를 열어 개그맨 허동환 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예방법을 알리는 영상을 제작했다. 지난해에는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에 자원해 근무하며 총책과 조직원 수십 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오 과장은 취업을 빌미로 국내 청년을 보이스피싱 조직에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 최고위급이 나서 캄보디아와 필리핀 등 동남아 정부에 공동 대처를 요구하고, 현지의 청년 피해를 줄이기 위해 통역이 가능한 경찰을 파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