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범 작가·‘저스트고 파리’ 저자
한식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하라면 프랑스 남부 론 지방의 와인을 꼽는다. 갈비찜, 불고기 등 양념이 강한 한국 음식과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론 와인은 그 안에서도 북부와 남부로 나뉜다. 북부 론 와인에는 △코테 호티 △콩드리외 △생 조제프 △크로제 에르미타주 등이 있고, 남부 론 와인으로는 △샤토뇌프 뒤 파프 △지공다스가 대표적이다.
남부가 론 지방 와인 생산량의 95%를 차지한다. 북부 론 와인이 희소성이 있고 비싼 이유다. 토양과 기후도 차이를 만든다. 북부에서는 계단식으로 포도 재배를 한다. 론강을 따라 화강암과 점토질로 이뤄진 급경사지에 포도밭이 늘어서 있다. 반면 남부에선 석회질과 점토, 자갈, 사암을 기반으로 한 완만한 경사에서 포도가 자란다. 또 차고 건조한 지방풍인 미스트랄이 부는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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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론의 화이트 와인으로는 콩드리외를 선호한다. 이 와인은 ‘시냇가 모퉁이’라는 이름을 가진 북부 론강 유역에서 재배되는 비오니에 단일 품종으로 만든다. 제비꽃내음과 경쾌한 살구향이 어우러져 우아한 인상을 준다.
남부 론 와인에도 스타가 있다. ‘교황의 와인’으로 불리는 ‘샤토뇌프 뒤 파프’가 그 주인공이다. 이 와인은 14세기 68년 동안 7명의 교황이 바티칸에 들어가지 못하고 남부 도시 아비뇽을 교황청 삼아 머물렀던 ‘아비뇽 유수’ 사건과 연관이 있다. 당시 교황이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와인을 만드는 데서 그 역사가 시작됐다. 지금도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 병에는 교황의 문장이 새겨져 있다. 시라, 그르나슈, 무베르드를 비롯해 13개 품종을 블렌딩해 만드는 풀보디의 샤토뇌프 뒤 파프는 블랙체리와 스파이시함이 돋보이는 묵직한 레드 와인이다.
론 지역을 대표하는 대규모 생산자로는 이 기갈, 샤프티에, 폴 자블레 에네 등이 있다. 가족 경영을 하는 에르미타주의 장 루이 샤브, 코테 호티의 유명 생산자인 도멘 자메, 샤토뇌프 뒤 파프를 대표하는 샤토 드 보카스텔, 도멘 뒤 뷔외 텔레그라프 등도 있다.
프랑스 남부 칸에서 파리까지 가는 A6 고속도로 변의 맛집과 와인들이 소개되는 영화 ‘파리로 가는 길’을 인상깊게 봤다. 영화에서는 화이트 와인으로 콩드리외, 레드 와인으로는 샤토뇌프 뒤 파프, 코테 호티 등 론 지역 와인이 언급됐다. 샴페인과 부르고뉴 와인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보르도 와인은 요즘 프랑스인들에게 시들하다. 그러나 론 지역 와인은 프랑스 여행 중 즐기기에 좋은 가격과 품질로 감동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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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범 작가·‘저스트고 파리’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