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의과대학에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의대생 “유급돼도 단일대오”
권한대행이 절대 학사 유연화는 없다고 강조했음에도 의대생이 복귀하지 않는 이유는 단일대오 때문이다. 1달 무단 결석시 제적되는 학칙을 갖고 있는 순천향대 인제대 을지대 건양대 차의과대는 이미 제적을 통보한 만큼 남은 의대생은 거의 출석 미달로 유급 처분을 받게 된다. 진급이 늦어지는 거라 두려움이 덜한 것으로 보인다. 의대생 신분이 유지되는데 모두 함께 늦게 진급하는 게 홀로 단일대오를 깨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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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대학도 추가 구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지난달 30일 재학생의 3분의 2 가량에 유급 예정 통보서를 발송한 서울 지역 한 의대 관계자는 “먼저 복귀한 학생과 아닌 학생간 갈등 구조가 생길 거라는 걸 고려 안 할 수 없다”며 “먼저 복귀한 학생이 배신자가 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원칙대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의대 관계자도 “미복귀하고 자기 멋대로 한 학생이 미래를 주도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의대생이 최면에 걸린 것처럼 단일대오를 해야 협상력이 커지고 구제될 거라고 믿는데 새 정부가 집권하자마자 여론의 뭇매를 맞을 일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추가 구제는 없다”
이처럼 7일이 지나면 구제가 불가능한 위기 상황이지만 의대생의 복귀 움직임은 없다. 한 수도권 의대는 7일 오전까지 온라인 강의자료만 받아도 유급 통지를 안 하겠다고 회유했지만 큰 기대를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 의대 관계자는 “학장이 집중 설득했지만 3분의 2 정도가 유급 될 것 같다”고 말했다.
6일 의대생 사이에서는 수업 복귀가 아닌 미복귀를 가정한 이야기가 더 오갔다. “유급 통보를 받을 것 같은데 기숙사를 취소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식이었다. 한 의대생은 “갑자기 복귀해서 수업을 듣는 학생은 없을 것 같다”며 “새 정부가 출범하고 여름방학 전에는 방향성이 결정될 거라는 이야기가 나와 일단 기다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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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여러 차례 트리플링이 현실화되면 수강 신청 등의 학습권은 신입생을 최우선 고려하라고 한 만큼 유급된 의대생이 내년에 모두 한꺼번에 복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의대는 거의 1년 교육과정이 통으로 짜여 있어 이번에 유급되면 2학기 수강 신청이 막히고 내년 1학기에 복귀해야 한다. 하지만 특히 내년 26학번 신입생까지 3개 학번이 동시에 예과 1학년 수업을 듣는 것은 어려워 24, 25학번은 각 개인이 원하는 시점에 수업은 못 들을 수 있다. 동아대와 전북대처럼 수강 신청 우선권을 26학번에 주는 방향으로 학칙을 개정하는 대학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24학번이 요구했던 후배 학번과의 분리 수업 및 한 학기 먼저 졸업하는 방안도 물 건너간다.
이런 상황을 아는 의대생 사이에서는 “군입대를 최대한 미루고 가능한 빨리 졸업하는 게 최우선”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수업 거부가 계속되며 입대를 택하는 의대생 많았는데 이제 수업과 실습, 인턴, 레지던트 등까지 3개 학번이 겹치며 경쟁이 치열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한편 일부 수험생 학부모는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축소를 정지해달라며 가처분 소송을 제기를 준비 중이다. 이들은 교육부가 애초 약속했던 것과 달리 의대생 수업 복귀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모집인원을 동결해 그 피해를 수험생이 입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