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한한 스콧 로스코프 뉴욕 휘트니미술관장 인터뷰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장.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메트)와 뉴욕현대미술관(MoMA), 구겐하임 미술관….
미국 뉴욕엔 평소 미술에 그닥 관심 없는 여행자라도 찾게 되는 미술관들이 많다. 하지만 성인 기준 30달러(약 4만3000 원) 안팎인 입장료는 만만한 금액이 아니다. 학생 할인 등이 있지만 청년들에겐 꽤나 부담스럽다.
하지만 최근 뉴욕을 대표하는 미술관 중 하나인 휘트니 미술관은 국적 상관없이 25세 이하는 ‘무료 관람’을 시행해 현지에서도 화제가 됐다. 에드워드 호퍼와 앤디 워홀, 장미셸 바스키아, 알렉산더 칼더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뛰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소장한 미술관이 왜 이리 과감하게 문턱을 낮춘 걸까. 최근 한국을 찾은 스콧 로스코프 미술관장은 25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가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꿈꿨던 숙원을 이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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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023년 11월 취임한 로스코프 관장은 2009년 큐레이터로 합류해 15년 넘게 휘트니미술관을 지켜왔다. 재스퍼 존스 같은 원로 작가는 물론 제프 쿤스나 글렌 라이곤 등의 활력 넘치는 전시들을 유치해 인정받았다. 20년 동안 관장 자리를 지켰던 애덤 와인버그 전 관장의 후임인 그는 “미술관에서 일하면서 가장 실현하고 싶었던 정책이 무료 입장”이라고 했다.
“공부하는 학생이거나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들에게 미술관 입장료는 상당히 높은 장벽입니다. 관객 반응도 비용이 부담된단 의견이 많았죠. 휘트니는 1930년 설립 때부터 젊은 미술가 지원이 목표였어요. 당연히 젊은 관객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문제는 입장료 수익을 대체할 재원 마련이다. 큐레이터 때부터 미술관 이사회나 예술가들과 활발히 소통해 온 로스코프 관장은 취임 직후 이들을 설득했다. 그 결과 월마트 창립자인 샘 월튼의 딸 앨리스 월튼이 이끄는 이사회를 비롯해 여러 후원자가 도움을 줬다. 세계적인 현대 미술가 줄리 머레투는 무려 2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뭣보다 뉴욕 다른 미술관들은 뉴욕 거주자만 입장료를 면제해 주지만, 휘트니는 25세 이하면 세계의 모든 관객이 공짜다. 심지어 매주 금요일 오후 5~10시와 매월 둘째 주 일요일은 나이 불문 무료다. 지난해에만 약 20만 명이 혜택을 누렸다. 로스코프 관장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 프랑스에서 와도 동일하게 적용한다”라며 “휘트니 작품을 ‘더 민주적으로 보여주고자’는 비전에 후원자들이 공감해 준 덕분”이라고 했다.
● “청년 작가 후원이 휘트니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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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코프 관장은 “에드워드 호퍼가 무명의 일러스트 화가였을 때에 휘트니는 작품을 사준 것은 물론 생활비나 여행비도 후원했다”고 했다. 휘트니 여사는 생전 자기 작업실에서 파티를 열어 작가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후원했던 인물. 그 정신을 받들어 미술관은 생존 작가의 전시를 발굴하고 작품 소장에 적극 투자해 왔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휘트니 미술관의 ‘미국 미술가’에 대한 정의다. 로스코프 관장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민자라도 미국 미술가로 볼 수 있다”며 “그가 뉴욕에 살며 우리 커뮤니티의 단면을 담아냈다면 미국 작가로 본다”고 했다.
휘트니 미술관 전경
한국 관객들에게 로스코프 관장이 가장 추천하고 싶은 미술관 명소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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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