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80조원 흑자, 1년새 30% 증가 주식-부동산 등 해외 자산 수익 늘고 엔저에 관광-수출까지 흑자 날개 ‘美 우선주의’ 트럼프 표적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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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29.5% 늘어났다.
일본 재무성이 10일 발표한 지난해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29조2615억 엔(약 280조 원)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거뒀다. 미 달러화로 환산하면 1926억 달러다. 비교 가능 통계가 있는 1985년 이래 사상 최대 규모다. 한국이 지난해 사상 최대 수출(6838억 달러)을 하면서 일본 추월을 눈앞에 뒀다고 했지만, 국가 경제 전체의 대차대조표라 할 수 있는 경상수지는 여전히 일본이 한국보다 2배 이상으로 앞선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액은 990억4000만 달러였다.
일본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에 달한 건 해외 투자로 벌어들인 돈이 많아서다. 일본의 해외 투자에 따른 배당 이자 등 1차 소득수지(40조4305억 엔)는 전년보다 4조 엔가량 증가했다. 과거 일본은 제조업 강국으로 한국처럼 수출로 돈을 버는 나라였지만, 이제는 무역수지는 소폭 적자가 나더라도 막대한 해외 투자 이익이 이를 만회하고도 남는 수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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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에 힘입은 수출 호조세도 경상수지 흑자에 날개를 달았다. 지난해 일본 무역수지는 3조8990억 엔 적자였지만, 수출은 전년 대비 4.5% 증가했고, 수입은 40.0% 줄었다. 엔저 현상으로 자동차, 반도체 소재 부품 등의 수출이 증가하는 동안, 원유 수입액은 소폭 낮아졌다.
일각에선, 일본의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일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적자 해소 압력의 선제 조치로 1조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를 약속하는 등 미국의 통상 압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