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솔 완도 용암리 이장·국내 최연소 이장
2019년 서울살이 5년 만에 ‘다시는 내려오지 않겠다’던 고향으로 내려왔다. 그 사이 고향은 변해 있었다. 내가 사랑했던 골목에 새 건물이 들어섰고, 어설프게 도시 흉내를 내는 시설물들이 지어지고 있었다.
‘언제든 떠나고플 때 떠나자’는 마음가짐이 무색하게 덜컥 ‘이장’이라는 직책을 맡아버린 나는 작년부터 고향 친구들과 함께 전남도청에서 하는 전남형 청년 마을 사업을 운영하며 외지에 있는 청년들에게 완도에서 한 달살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완도에 처음 와본 청년들은 완도의 ‘섬다움’ ‘시골다움’을 사랑했다. 그들에게 섬, 시골이란 긍정적이기도 부정적이기도 한 것이었는데 불편함, 낙후됨 같은 것은 부정적인 요소였지만 나름대로 그들이 일부러 각오한 것이기도 해서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그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완도를 보여주었다. 프로그램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그들에게 완도가 살기 괜찮은 곳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들과 함께 밥도 먹고 이곳저곳을 소개해 주었고, 개인 업무시간을 보장해서 완도에서도 충분히 정착하며 먹고살 수 있다는 걸 알려주려 노력했다.
지자체와 청년들에게 각각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완도와 같은 도서 지역으로 내려오는 많은 청년은 이런 시골에 서울, 수도권 같은 ‘도시다움’을 바라고 내려오진 않는다. 당연히 기본적인 편의시설을 바라긴 하지만 이미 여기까지 내려온 이들에게 그런 도시다운 편의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지역 인구를 늘리겠다며 점점 어쭙잖은 도시 흉내를 내려고 노력하는 지자체를 보고 있으면 오히려 지역 특색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다. 이런 지역에 거주하고자 하는 수요층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지역 특색, 즉 지역다움을 더욱 살려야 이를 원하는 청년 수요층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지역다움 안에서 충분히 살 만한 곳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생각을 갖고 노력하는 나와 같은 청년 활동가들이 적지 않다.
청년들은 내가 살 수 있는 곳에 대한 제한을 보다 넓게 두길 바란다. 그리고 각 지역 체험 프로그램에 몸소 참가해 보기를 권한다. 살아보면 생각보다 살 만한 지역들이 많다. 완도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이 늘어나 더 많은 청년들이 도서 지역을 찾고 또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