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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아름답지만 쓰러질 수 있다, 넘어질 때마다 다시 시작을”[지금, 이 사람]

입력 | 2024-05-01 01:40:00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前대통령
재임때 월급 90% 기부-20년된 車 등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불려
암투병 공개하며 희망의 메시지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퇴임 후인 2019년 자택 앞에서 물병 등을 들고 찍은 사진. 사진 출처 무히카 전 대통령 ‘X’


“인생은 아름답지만 언제든 지치고 쓰러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넘어질 때마다 다시 시작하고, 분노를 희망으로 바꾸는 겁니다.”

재임 시절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렸던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전 대통령(89)이 최근 자신의 식도암 투병을 공개하며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4월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주 건강검진에서 식도암 진단을 받았다”며 “20년 이상 자가면역 질환을 앓아와 현재 몸 상태가 심각하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과거에도 저승사자가 침대 주변까지 다가온 적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엔 저승사자가 확실히 ‘큰 낫’을 가지고 온 것 같다”고 털어놨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1960년대 우루과이 군사독재 시절 총을 들고 게릴라로 활동한 ‘좌파의 아이콘’이었다. 하지만 폭력적일 거란 우려와 달리 정치에 뛰어든 뒤엔 협치를 바탕으로 중도좌파연합인 광역전선(FA) 대선주자로 나서 2010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재임 때도 이념에 기반한 정책보단 경제 발전과 불평등 해소에 주력해 빈곤율을 40%에서 11%로 낮췄다. 우루과이는 무히카 대통령 시절 낙태 처벌을 금지하고, 남미에서 두 번째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특히 그는 검소한 행보로 화제를 모았다. 대통령 월급의 약 90%를 기부했으며, 20년 넘은 낡은 소형차를 타고 다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렸다. 대통령궁은 노숙자 쉼터로 내주고, 자신은 수도 몬테비데오 외곽의 허름한 집에서 출퇴근했다.

국민들에게 ‘페페(Pepe·호세의 스페인식 애칭)’라고 불렸던 무히카 전 대통령은 퇴임 때 지지율이 65%로 당선 당시(52%)보다 오히려 높았다. 퇴임 뒤엔 상원의원을 지내다가 2020년 정계를 떠났지만, 여전히 우루과이 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는 인생을 관통하는 근사한 어록으로도 회자된다. 자신의 가난엔 “삶엔 가격 라벨이 붙어 있지 않다”고 했으며, 정치에 대해선 “권력은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권력자의 참모습만 드러낼 뿐”이라고 했다. 환경 파괴에 대해 “우린 숲을 파괴하고 익명의 콘크리트 숲을 만들고 있다”고도 했다.

우루과이는 2019년 중도우파 성향의 국민당(PN) 소속 루이스 라카예 포우 대통령이 당선돼 1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뤘다. 올 10월 대선을 앞두고 실시한 4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FA가 45%의 지지율로 PN(32%)을 앞서고 있어 다시 좌파가 집권할 가능성이 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