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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정책 효과보다 예산 따는데만 급급한 공무원들 [기자의 눈/박성민]

입력 | 2024-04-30 03:00:00

박성민·정책사회부


정부와 저출산 관련 논의를 해본 전문가들은 “중앙부처 공무원에게 저출산 정책은 달갑지 않은 업무”라고 입을 모은다. 각 부처가 내놓는 단발성 정책이 출산율을 반등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그런 만큼 성과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정책 추진과 효과 사이 시차도 크다. 올 2월까지 약 1년 동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부위원장을 지낸 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매일 최선을 다했지만 저출산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누군가 아이를 갖기로 결심해도 출산까지는 9개월이 더 걸린다”며 지난해 출산율 하락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는 걸 억울해했다. 정부 관계자는 “저출산 정책의 컨트롤타워라곤 하지만 공무원들은 저고위에 파견 가는 것도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앙부처 공무원이 저출산에 관심을 가질 때는 1년에 한 번, 예산을 따낼 때뿐이다. 저출산 대응 예산이라고 하면 기획재정부와 국회 예산 심의를 통과하기 쉽다 보니 온갖 사업에 ‘저출산’ 꼬리표를 붙여 가져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정부도 ‘예산을 덜 쓴다’는 비난이 겁나 이것저것 끼워 넣어 왔다”며 “넓게 보면 인구와 관련 없는 예산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일반 청년을 신혼부부보다 더 많이 지원하면서 둘을 합쳐 저출산 예산으로 분류했다. 교육부는 학교 시설 개선 사업을, 국방부는 군인 및 군무원 인건비를,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 유해정보 차단 사업을 저출산 예산으로 분류했다. 착시 효과로 가득한 예산을 18년 동안 380조 원 투입한 결과가 지난해 합계출산율 0.72명이다.

그러면서 자체 사업을 저출산으로 포장하는 것엔 열심이지만, 저출산 정책 자체에는 관심이 없는 역설적 상황이 공직사회에 일상화됐다. 김 교수도 “재임 중 저출산 대책을 각 부처 정책 우선순위 윗단으로 끌어올리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천덕꾸러기가 된 저출산 정책은 부처 간에는 물론 부처 안에서도 떠넘기기 대상이 되다 결국 타이밍을 놓치고 사장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출산율 세계 꼴찌인 한국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이제라도 대통령실을 필두로 모든 부처가 저출산 대책을 1순위로 올려놔야 한다. 그리고 착시 효과를 불러온 허수를 걷어낸 뒤 가장 효과가 높은 정책에 예산을 집중 투자해야 한다. 동아일보가 저출산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동수당 대상 연령 확대 및 육아휴직급여 상한 인상 등이 우선 순위로 거론됐다는 점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