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정책사회부
정부와 저출산 관련 논의를 해본 전문가들은 “중앙부처 공무원에게 저출산 정책은 달갑지 않은 업무”라고 입을 모은다. 각 부처가 내놓는 단발성 정책이 출산율을 반등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그런 만큼 성과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정책 추진과 효과 사이 시차도 크다. 올 2월까지 약 1년 동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부위원장을 지낸 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매일 최선을 다했지만 저출산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누군가 아이를 갖기로 결심해도 출산까지는 9개월이 더 걸린다”며 지난해 출산율 하락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는 걸 억울해했다. 정부 관계자는 “저출산 정책의 컨트롤타워라곤 하지만 공무원들은 저고위에 파견 가는 것도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앙부처 공무원이 저출산에 관심을 가질 때는 1년에 한 번, 예산을 따낼 때뿐이다. 저출산 대응 예산이라고 하면 기획재정부와 국회 예산 심의를 통과하기 쉽다 보니 온갖 사업에 ‘저출산’ 꼬리표를 붙여 가져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정부도 ‘예산을 덜 쓴다’는 비난이 겁나 이것저것 끼워 넣어 왔다”며 “넓게 보면 인구와 관련 없는 예산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자체 사업을 저출산으로 포장하는 것엔 열심이지만, 저출산 정책 자체에는 관심이 없는 역설적 상황이 공직사회에 일상화됐다. 김 교수도 “재임 중 저출산 대책을 각 부처 정책 우선순위 윗단으로 끌어올리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천덕꾸러기가 된 저출산 정책은 부처 간에는 물론 부처 안에서도 떠넘기기 대상이 되다 결국 타이밍을 놓치고 사장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출산율 세계 꼴찌인 한국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이제라도 대통령실을 필두로 모든 부처가 저출산 대책을 1순위로 올려놔야 한다. 그리고 착시 효과를 불러온 허수를 걷어낸 뒤 가장 효과가 높은 정책에 예산을 집중 투자해야 한다. 동아일보가 저출산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동수당 대상 연령 확대 및 육아휴직급여 상한 인상 등이 우선 순위로 거론됐다는 점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