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고 있다. 2024. 4.29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어제 용산 대통령실 2층 집무실에서 첫 회담을 가졌다. 윤 정부 출범 후 720일 만의 만남이었다. 차담회 형식으로 이뤄진 이번 회담은 2시간 10분 넘게 진행됐지만 정리된 발표문은 없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에 따르면 의견 일치는 의대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점과 앞으로 ‘양자 또는 국민의힘 지도부를 포함한 3자’가 만나자는 정도에 그쳤다. 전 국민 25만 원 지원 등 다른 쟁점 현안에 대해 서로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다고 한다.
이번 회담은 국민의힘의 4·10총선 참패로 윤석열 정권의 남은 3년 임기도 여소야대 국회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정치적 쟁점이 한둘이 아니지만 국정 기조 전환 요구에 대한 대통령의 전향적 태도가 나올지, 원내 과반 1당의 대표로서 국정에 협조할 실질적인 방안을 내놓을지 등이 주된 관심사였다. 이번 회담이 대화 복원, 정치 복원의 계기가 되길 바랐지만 아쉬움이 큰 게 사실이다. ‘대화의 물꼬’는 텄지만 갈 길이 멀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회담 직후 대통령실에서는 “정책적 차이가 존재함을 확인했다”, 민주당에서는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이해 우려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 대표는 공개 모두발언 기회를 통해 준비한 5400자 분량의 원고를 읽으며 대통령에게 15분간 다양한 주문을 내놓았다. 대통령의 잇단 거부권 행사에 유감 표시를 요구했고, 채 상병 사건 외압 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용을 요구했다. “가족 등 주변 인물 의혹도 정리해 달라”면서 김건희 여사 문제도 거론했다. 현 정부의 언론환경을 거론하며 스웨덴 연구결과라면서 “독재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말도 했다.
결국 어제 차담회는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데 의의를 찾을 수 있었지만 동시에 할 말만 하고 헤어졌다는 한계도 뚜렷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여러 요청에 대해 정책이건, 정치적 선택이건 특별히 변화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상대가 있는 회담이긴 하지만 먼저 만남을 제안한 대통령이 조금은 유연해질 것이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제 첫발을 뗀 만큼 2차 회담 등으로 실질적인 협력의 틀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