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2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도착해 무함마드 알 감디 사우디 외교부 의전국장의 환영을 받고 있다. 리야드=AP 뉴시스
백악관은 28일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 약 한 시간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며 “두 정상이 임시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에 대해서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라파 공격 계획에 대한 본인의 ‘분명한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라파에 이스라엘이 대규모 지상전을 전개하면 피란민 100만 명 이상이 머물고 있어 인명 피해가 상당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해 왔다.
미 대학가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지원에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반전 여론이 강한 지지층의 이탈이 부담스러운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라파 지상전을 만류하고 하마스와의 임시 휴전 합의를 종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중동 방문에서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만나 인질 석방 및 휴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NYT는 블링컨 장관이 사우디 방문 후 이스라엘도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통해 중동 전쟁 발발로 중단됐던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외교관계 수립이 논의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확전 자제를 요청하고, 그 대가로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을 도와줄 뜻이 있다는 점을 밝힐 것이라는 의미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