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개국 스포티파이 사용자 분석 금-토 오후엔 강렬한 음악… 일-월 아침엔 차분한 곡 선호 문화권 상관없이 공통된 패턴… 성인 돼서도 10대때 음악 애청
《음악 스트리밍 데이터 연구 결과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최근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Spotify)의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들은 우리의 음악 취향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코넬대 연구팀과 스포티파이 연구진이 함께한 첫 번째 연구(Park, Minsu, et al. “Global music streaming data reveal diurnal and seasonal patterns of affective preference.”)에서는 전 세계 51개국의 100만명 가까이 되는 스포티파이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시간대별, 계절별 음악 소비 패턴을 살펴보았다. 단순히 사용자들이 선택한 노래 목록뿐만 아니라, 노래의 음향적 특징과 감정적 속성을 분석해 음악이 얼마나 편안하고 차분한지 혹은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음악적 강도’를 만들어 분석에 활용했다.
두 번째 연구(Way, Samuel F., et al. “Environmental changes and the dynamics of musical identity.”)에서는 미국 내 스포티파이 사용자 약 1600만 명의 데이터를 통해 거주 지역 변화에 따른 음악 취향의 변화를 분석했다. 이 연구에서는 사용자들이 연속해서 듣는 아티스트들을 군집화해 데이터 기반으로 200개의 아티스트 그룹들을 추출한 뒤 이러한 아티스트 그룹 각각을 세부 장르로 지정해 분석했다.
미국 내에서 한 주에서 다른 주로 이사한 사용자들의 음악 소비 패턴을 이러한 음악 장르의 비교를 통해 분석해 본 결과, 이사 직후에는 음악 취향에 큰 변화가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지역의 음악적 특성이 일부 반영돼 취향이 조금씩 변했다. 그러나 여전히 과거 거주지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 우리의 음악적 정체성에는 과거의 경험과 환경이 깊게 뿌리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사람들은 10대 시절에 즐겨 듣던 음악을 성인이 돼서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나 사춘기 시절의 음악적 경험과 환경이 평생의 음악 취향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이는 뇌 발달과 정체성 형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사춘기 시기에 접하는 음악이 우리의 감정과 기억에 깊이 각인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음악이 단순히 듣는 즐거움을 넘어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의 음악 취향은 개인의 성격뿐 아니라 성장 과정, 사회 문화적 배경, 그리고 십대 시절의 경험과 환경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복합적으로 형성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음악 소비 패턴의 분석은 개인의 정체성과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음악뿐만 아니라 영상, 도서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보편화되고, 이러한 데이터의 분석 기술이 더욱더 발전함에 따라 문화 취향 연구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소비하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들에 우리가 왜 끌리게 되고, 왜 어떤 콘텐츠들은 다른 것들에 비해 더 공감대를 잘 얻거나, 인기를 얻게 되는지 등을 이해하는 데에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