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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551억 예산 투입에도… 독서율은 30년새 반토막

입력 | 2024-04-24 03:00:00

작년 성인 독서율 역대 최저 43%
문체부 독서정책 실효성 떨어져
“2028년까지 50%대로 올릴 것”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5년간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을 추진했지만, 이 기간 성인 독서율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급기야 지난해 독서율이 40% 초반대로 떨어져 독서 진흥 정책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체부가 18일 발표한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2022년 9월∼2023년 8월) 만 19세 이상 성인들의 연간 독서율은 43.0%에 그쳤다. 독서율은 교과서, 수험서, 잡지, 만화를 제외한 종이책과 전자책, 오디오북을 1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10명 가운데 6명이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셈이다. 이는 직전 조사인 2021년 47.5%보다 4.5%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독서실태조사를 처음 실시한 1994년 86.8%에 비해 독서율이 반토막이 난 것이다.

독서율 감소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의 유행으로 인한 세계적 추세이긴 하다. 하지만 미국(2020년 기준 77%) 등의 독서율과 비교할 때 한국의 하락세가 더 가파르다는 우려도 크다.

문체부는 독서문화진흥법에 따라 2009년부터 5년마다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을 내놓고, 2021년 한 해에만 551억 원의 예산을 썼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문체부가 매번 출판계 전문가 등에게 자문해 계획을 발표한다지만 구체적인 사업은 빠져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정부가 3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2019∼2023년)에서 청년, 중년 등으로 연령대를 나눠 독서 지원사업을 벌이겠다고 했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이번에 제4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책을 읽지 않는 이른바 ‘비독자’를 독자로 바꾸기 위한 정책을 내놓았다. 예를 들어 직원들이 책을 많이 읽도록 독려한 기업을 선정해 상을 주는 ‘독서 경영 우수직장 인증제’를 실시하겠다는 것. 또 각종 캠페인을 통해 독서에 대한 관심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문체부는 이를 통해 성인 독서율을 2028년까지 50%대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책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최근 출판예산 삭감 등을 놓고 문체부가 출판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만큼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될지도 미지수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OTT 인기 등으로 국민이 책과 멀어지고 있는 현상을 정부 출판 정책만으로 막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