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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의 마켓뷰]AI로 시작된 반도체 상승 사이클

입력 | 2024-04-23 03:00:00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출시 이후 방대한 데이터 연산을 위한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라는 새로운 반도체 시장이 열렸다. AI GPU를 시작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AI 반도체 관련 밸류체인으로까지 주식시장의 열기가 확산하고 있다.

AI 관련 글로벌 투자 규모도 급격하게 불어나고 있다. 2022년 1330억 달러였던 투자 규모는 올해 2360억 달러로 확대됐다. AI GPU부터 HBM 등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생산 물량을 늘리면서 AI 밸류체인에 포함된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행사 ‘GTC 2024’에서 추론에 적합한 신형 GPU인 B100, B200, GB200 모델을 공개했다. AI 시대는 ‘학습’ 단계에서 ‘추론’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으며, 앞으로 이미지와 비디오 출력까지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AI용 GPU 능력이 향상되면서 HBM이나 DDR5 등 고용량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기술 혁신이나 생산량 증가가 일어나고 있다.

2022년 11월 챗GPT-3 출시 이후 글로벌 빅테크 및 클라우드 업체들은 앞다퉈 엔비디아의 AI GPU인 H100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TSMC의 첨단 패키징 기술인 ‘칩 온 웨이퍼 온 서브 스트레이트(CoWos)’와 HBM의 생산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공급 병목현상이 일어났다. 공급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말 기준 HBM 생산 가능 물량을 지난해 말 대비 3배가량 늘렸다.

4세대 HBM인 HBM3E도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8단 HBM3E를 올해 1분기(1∼3월) 말부터 공급했다. 삼성전자의 12단 HBM3E는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AI에서 파생되는 낙수효과로 인해 전통 반도체인 D램(RAM)과 낸드(NAND) 시장도 되살아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분기(10∼12월)까지 이어진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강도 높은 감산 정책으로 인해 D램과 낸드의 생산량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보기술(IT) 전방 수요인 스마트폰과 컴퓨터(PC)의 수요는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 시점에 들어섰지만, 아직 뚜렷한 출하량 증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올해 AI 서버에 이어 일반 서버와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전통 반도체 시장도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D램과 낸드의 고정 가격은 직전 분기 대비 각각 15∼20%, 23∼28%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2분기(4∼6월)에도 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 D램과 낸드의 가격 상승은 전방 수요 회복 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AI로 시작된 반도체 사이클은 AI GPU 회사를 시작으로 후공정 및 패키징 기업, 고용량 메모리반도체 기업, 전통 반도체 기업 등의 실적 상승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