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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산 푸른 꽃게, 한국 소비자의 선택은?[김창일의 갯마을 탐구]〈111〉

입력 | 2024-04-09 23:36:00


한국인의 꽃게 사랑은 유별나다. 세계에서 꽃게를 가장 많이 어획하는 중국과 두 번째로 많이 잡는 한국은 서해에서 꽃게 어획 경쟁을 벌이고 있다. 꽃게잡이 전진기지인 연평도에 1년을 상주하며 해양 문화를 조사할 때 어촌계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해양수산 관련 정보가 모이는 곳이므로 매일 들르다시피 했으나, 특정한 시기에는 방송 카메라의 홍수에 밀려 발을 들여놓을 수가 없었다. 어촌계장과 인터뷰하려는 방송사 카메라가 연일 장사진을 쳤기 때문이다. 암꽃게를 잡는 어획기(4월 1일∼6월 30일)와 수꽃게 잡는 시기(9월 1일∼11월 30일)에 어촌계장은 인터뷰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한국인에게 꽃게는 중요한 수산물이므로 방송사도 꽃게 어획량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터.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지난해 이목을 집중시킨 뉴스가 있었다. 이탈리아 해안에 푸른 꽃게가 유입돼 골머리를 앓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푸른 꽃게의 재앙’, ‘처치 곤란’, ‘바다의 테러리스트’, ‘푸른 꽃게와의 전쟁’ 등 흥미를 끄는 기사 제목이 넘쳤다. 뉴스를 접한 다수의 한국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맛있는 꽃게를 어째서 안 먹는 거냐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언론사가 머나먼 이탈리아의 푸른 꽃게 개체수 증가에 관심을 둔 것은 한국인의 유별난 꽃게 사랑과 무관치 않다.

푸른 꽃게는 대서양 서부에 서식하는 종인데,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지중해로 유입돼 확산됐다. 이탈리아는 ‘봉골레 파스타’의 주재료인 봉골레(모시조개) 양식을 많이 해 유럽에서 조개 생산량이 가장 많은 나라다. 그런데 난데없이 푸른 꽃게가 나타나서 봉골레, 바지락 등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 바람에 양식업 피해로 이어졌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는 푸른 꽃게 퇴치 작업을 벌였다.

한국의 수산물 수입업자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 결과, 작년 10월부터 푸른 꽃게 수입이 시작됐다. 막상 수입되고 보니 소비자의 기대만큼 저렴하지 않았다. 이탈리아에서 골칫거리를 수입하는데 비쌀 이유가 무엇이냐는 불만이 일었다. 반면 수입업자들은 “이탈리아인이 게를 즐겨 먹지 않아 부족한 냉동창고 등 수입을 위한 기반 시설이 필요했고, 국내 검역 기준에 맞춰 세척부터 손질까지 모든 과정을 새롭게 가르치는가 하면 인건비, 세척비, 포장비, 운송비 등의 물류비가 만만찮아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함을 주장했다.

이탈리아산 푸른 꽃게 수입과 유사한 사례가 앞서 있었다. 튀니지는 2014년 외래종 꽃게의 이상 번식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현지 판매를 시도했으나, 꽃게 요리가 대중적이지 않아서 효과를 보지 못했다. 2017년부터 한국, 중국, 일본,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대량 수입함으로써 외래 침입종이 귀중한 수출품이 됐다.

며칠 전 한국산 꽃게와 맛을 비교하기 위해 푸른 꽃게를 주문해 찜과 게장을 만들고, 된장찌개와 라면에 넣어서 시식했다. 한국산 꽃게 상등품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비슷한 크기의 냉동 꽃게와 비교했을 때 유의미한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크기가 작아서 찜용으로는 적당치 않을 것 같았고, 한국에서 꽃게 가격이 상승하는 봄가을에 탕, 튀김, 저렴한 게장, 가공식품 재료 등의 대체재 가능성은 엿보였다. 꽃게 보는 눈이 높은 한국 소비자에게 푸른 꽃게가 선택받을 것인지, 외면받을 것인지 아직은 미지수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