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데 이런 내가 행복해질 자격이 있는 거가?”
―김희진 ‘로기완’
탈북해 중국 공안에게 쫓기다 어머니까지 사고로 잃게 된 로기완(송중기)은 홀로 낯선 땅 벨기에까지 와 그곳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한다. 난민 지위를 얻어야 하지만 벨기에 당국에 그걸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가끔은 여행을 떠나기도 하는, 우리에게는 숨 쉬듯 주어진 것들이 로기완에게는 ‘자격’이 필요한 일이다. 그런 그가 마리(유성은)라는 여성을 만나 사랑하고 행복을 느낀다. 그는 자신 때문에 어머니까지 돌아가셨던 아픈 기억을 마리에게 꺼내놓으며 위와 같이 말한다.
당연한 권리처럼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자격을 갖추고 있어 가능하다는 것. 떳떳하게 사람답게 사는 일 또한 자격이 필요하다는 걸 우리는 종종 잊어버린다. 그래서인지 자격에 부여된 권리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을 때도 있다. 때 되면 돌아오는 선거에 한 표를 행사하는 일이 얼마나 큰 권리이자 자격을 요구하는 일이란 걸 로기완이라면 얼마나 절절하게 생각했을까. 선거를 통해 자격과 권리를 부여받은 정치인들 또한 그 한 표 한 표에 담긴 막중한 무게감을 잊지 않아야 하겠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