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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횡사’ 공천 내홍, ‘대파 875원’ 논란… 표심 출렁인 100일

입력 | 2024-04-09 03:00:00

[총선 D―1]
총선 정국 뒤흔든, 여야 결정적 장면




《4·10총선 레이스가 결승점을 앞두고 있다. 올해 1월부터 투표일인 이달 10일까지 100일간 선거 국면을 흔든 변수에 민심이 출렁였다. 국민의힘은 ‘현역불패’ 공천 논란에 이어 ‘이종섭-의정갈등’ 등 악재에 시달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연쇄 탈당으로 이어진 ‘비명횡사’ 내홍에 이후 부동산-막말 후보 논란이 잇따랐다. 조국혁신당이 예상 밖 돌풍을 일으키며 판도를 흔들었다. 선거 정국을 출렁이게 한 여야의 결정적 장면 5개를 각각 소개한다.》



야당의 결정적 장면
① 이재명 대표 흉기 피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월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뒤 걸어가던 중 김모 씨(67)로부터 습격을 당했다.김 씨는 이 대표 지지자인 척 접근해 18cm 길이 칼로 공격했고, 이 대표는 목 아래를 찔려 1.5cm가량의 자상을 입었다.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뒤 헬기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다. 이 대표는 입원 치료를 받은 뒤 8일 만에 퇴원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 피습을 계기로 여야 상대 진영에 대한 ‘증오 정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 대표가 서울로 전원한 것을 두고 지역의료기관 차별이라는 비판도 나오며 논란이 됐다.

② 이낙연 탈당, 이준석과 합당 무산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1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증오하고 상대를 죽여 없애야 하는 전쟁 같은 정치를 이제는 종식해야 한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탈당 직후 앞서 민주당을 탈당한 비명(비이재명)계 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의원 및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 손잡고 제3지대 ‘빅텐트’ 구성을 논의했다. 이들은 설 연휴 첫날인 2월 9일 극적으로 합당에 합의했으나 11일 만에 총선 주도권을 둘러싼 입장차로 합당을 철회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김 의원과 새로운미래를 창당해 출마했다.

③ ‘비명횡사 친명횡재’ 논란 공천

박용진(왼쪽), 홍영표 의원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가 2월 27일과 29일 문재인 청와대 출신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친문(친문재인) 좌장격인 4선 홍영표 의원을 각각 컷오프(공천배제) 했다. 이후로도 강병원 김한정 박광온 박용진 윤영찬 송갑석 전해철 의원 등 현역 의원 하위 20% 평가를 받은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최대 30% 감산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줄줄이 탈락하면서 ‘비명횡사’ 논란이 이어졌다. 박용진 의원과의 서울 강북을 경선에서 승리한 친명(친이재명)계 정봉주 전 의원은 과거 막말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뒤늦게 공천 취소됐다. 다시 치러진 경선에서 박 의원을 꺾고 승리한 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 역시 ‘성범죄자 변호’ 논란 끝에 사퇴하면서 결국 친명계 한민수 대변인이 공천장을 받았다.

④ 反尹-反明에 조국당 예상 밖 돌풍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월 3일 창당한 비례정당 조국혁신당이 야권 지지층을 결집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주당 지지층 중에서도 이재명 대표 체제에 불만을 가진 친문(친문재인) 및 호남 지지층을 적극 흡수하며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연합과 비슷한 지지율을 얻어 총선에서 10석 이상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과 사실상의 연대 관계를 강조하는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캐치프레이즈가 통했다는 평가다. ‘윤석열 찍어내기 감찰’ 의혹으로 법무부에서 해임 처분을 받은 박은정 전 법무부 감찰담당관과 조 대표가 비례후보 1, 2번을 받아 논란이 됐다.

⑤ 양문석 ‘편법대출’-김준혁 ‘성상납’ 발언 논란

양문석(왼쪽), 김준혁 후보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경기 안산갑)가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대학생 딸 명의로 11억 원의 사업자 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며 ‘편법 대출’ 의혹이 일었다. 새마을금고는 대출 목적과 달리 대출금을 사용했다고 판단해 전액 회수하기로 했고, 양 후보는 재산 신고 시 아파트를 실거래가보다 10억 원 낮게 신고해 경기 안산 상록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당했다. 김준혁 후보(경기 수원정)는 과거 막말 논란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그는 2022년 8월 한 유튜브에 출연해 “(김활란 이화여대 초대 총장이) 미군정 시기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군 장교에게 성 상납을 시키고 그랬다”고 말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일제강점기 위안부 간 성관계 가능성도 언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당의 결정적 장면
① ‘비대위원장 한동훈’ 조기 등판

국민의힘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여당은 인요한 혁신위원회로 수습을 도모했지만 인 위원장이 내세운 친윤(친윤석열) 핵심과 중진, 당 지도부의 희생 문제를 놓고 내홍을 거듭하다 김기현 대표가 지난해 12월 사퇴했다. 국민의힘은 친윤 핵심들 주도로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검사 시절 윤석열 사단의 핵심인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에 추대했다.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며 등판한 한 위원장이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을 취임 일성으로 내세우며 정권 심판론에 맞대응해 여당 지지율이 반등했다.

② 디올백 논란 두고 윤-한 갈등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 백 수수 논란과 관련해 여당 내 우려 목소리가 커지자 한 위원장은 1월 18일 “국민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용산을 향해 각을 세웠다. 사흘 후인 21일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면서 1차 윤-한 갈등이 폭발했다. 한 위원장은 즉각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여권 내에서 “총선 앞에 이러면 공멸한다”는 아우성이 빗발쳤고 같은 달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만나면서 갈등을 극적으로 봉합하는 모양새를 만들었다. 서천에서 한 위원장은 허리를 90도로 숙이고 윤 대통령에게 인사했다.

③ ‘현역불패’ 공천과 막말 후보 공천 취소

도태우(왼쪽), 장예찬 후보

2월부터 본격적으로 공천 작업을 시작한 국민의힘은 ‘시스템 공천’을 강조했다. 중진 전략 재배치부터 시작하며 혁신 공천을 다짐했지만 실제로는 “현역 불패만 입증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 외 친윤 핵심들은 모두 공천을 받았고, 당 중진들도 경선에서 최대 35% 감산을 받고서도 다시 공천장을 따냈다. 이 때문에 “감동 없는 공천”이라는 얘기가 당내에서 나왔다. 이어 공천이 확정된 후보들의 과거 막말이 잇따라 밝혀졌다. 이에 국민의힘은 중도 표심을 고려해 도태우 후보(대구 중-남)와 장예찬 후보(부산 수영)의 공천을 취소했다. 하지만 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를 하면서 공천 번복에 따른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④ 이종섭-황상무 논란에 ‘수도권 위기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고 외압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받아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 및 출국, 황상무 전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의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 논란의 파장이 지난달 중순 ‘여권 수도권 위기론’으로 확산됐다. 이에 한 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용산을 향해 “이 대사 즉각 귀국” 등을 요구했지만 대통령실은 다음 날 입장문을 내고 “매우 부적절하다”고 맞받았다. 2차 윤-한 충돌 위기감이 높아지던 중 윤 대통령이 20일 이 대사의 조기 귀국과 황 수석의 사퇴를 수용했다. 이어 이 전 대사가 사퇴했지만 여당에선 “만시지탄”이란 지적이 나왔다.

⑤ 의정갈등 장기화… 대파 875원 논란도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이 정부와 의사 간 전면 충돌, 이에 따른 의료 공백 리스크로 번지면서 용산과 여당 긴장의 불씨로 작용했다. 고물가 해법이 핵심 이슈로 떠오른 이번 총선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아 대파 한 단(1kg) 가격을 보고 “그래도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민생경제 점검회의에 앞서 현장 물가 상황을 살펴보던 중이었다. 여기에 국민의힘 이수정 후보(경기 수원정)가 “대파 한 단이 아닌 한 뿌리를 말한 것”이라고 옹호했다가 논란을 더 키웠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