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연계 ‘반도체 생태계’ 제공 주정부 1조 통큰 지원도 결정적… 2028년부터 美빅테크에 납품 SK인수뒤 첫 美생산라인 구축… 용인 클러스터 등 국내투자와 병행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심장부인 미국에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 부지로 인디애나주를 3일(현지 시간) 낙점했다. SK하이닉스는 2028년부터 이곳에서 차세대 HBM을 만들어 미국 빅테크들에 납품할 계획이다. 여러 후보지를 두고 약 2년간의 검토 끝에 인디애나주를 선택한 배경에는 1조 원에 가까운 주 정부의 통 큰 지원에 더해 교통·수도 등 인프라, 지역 대학과의 연계 등 ‘생태계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 9200억+교통·수도·인재 ‘패키지 지원’
전통적으로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로 분류됐던 인디애나주는 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첨단 반도체 기지로 거듭나고 있다. 인디애나주는 반도체 불모지에서 2년 만에 스카이워터, 엔헨스트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을 유치했다. 2022년 삼성SDI를 비롯해 기업들의 투자가 몰리며 인디애나주는 2022년∼2024년 1분기까지 총 907억 달러(약 122조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로젠버그 장관은 “지원금이 전부가 아니다”라며 “연방정부, 주 정부, 지역 대학, 커뮤니티가 뭉쳐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어 제공해 ‘실리콘 하트랜드(심장부)’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와 비교할 수 없지만 우리는 단순히 지원금으로 접근하지 않고 ‘생태계’ 패키지를 앞세운다”며 “대학의 반도체 인력, 교통, 수도 등 인프라, 민원 해결 등 종합 패키지를 제공함으로써 주 경제를 탈바꿈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지역 명문대인 퍼듀대는 미국 최초로 반도체 학위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대학이 보유한 연구산업단지를 부지로 할인해 SK에 제공하는 등 인력 양성 파트너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생산기지를 지을 웨스트라피엣과 인디애나폴리스 사이의 콩밭은 다른 첨단 산업이 들어올 수 있도록 혁신 산업 단지를 짓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원금뿐만 아니라 인력 채용이 용이한지 여부도 투자 지역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라고 전했다.
이번 투자 결정으로 SK하이닉스는 SK에 인수된 뒤 처음으로 미국에 생산라인을 갖추게 됐다. 앞서 인수 전인 2000년대에 하이닉스는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D램 공장을 운영했지만 반도체 시장 침체기였던 2012년 미국 부동산 투자회사에 공장을 매각했다. 이후 지금까지 국내와 중국 등에 생산시설 투자를 집중해 왔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크게 확대된 투자 인센티브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고려해 핵심 연구개발(R&D) 시설과 공정이 있는 국내는 마더팩토리 기지로 두고 미국에 생산 여력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실제 SK하이닉스는 120조 원을 투자해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기존에 계획된 국내 투자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발 공급망 재편이 거세지면서 자국 내 고용 및 R&D 기능을 지키는 동시에 미국 정부의 지원 유인을 활용할 수 있는 투트랙 전략이 앞으로도 적극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