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갑들. 사진=서울북부지검 제공
지난해 성탄절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 피의자가 사건 당일 7시간 동안 방 안에서 줄담배를 피운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북부지검 강력범죄전담부(김재혁 부장검사)는 3일 이 아파트 301호 거주자 김 모 씨(78)를 중실화·중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12월 25일 ‘컴퓨터방’으로 부르는 자신의 집 작은방에서 7시간 동안 바둑 영상을 보며 계속해 담배를 피우다가 오전 4시 59분경 불씨를 완전히 끄지 않고 방에서 나갔다.
검찰은 김 씨가 평소 아파트 관리소에서 실내흡연 금지 안내방송을 해왔음에도 수시로 방에서 담배를 피우며 안전불감증 행태를 보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씨의 집에는 신문지·플라스틱 용기 등 각종 생활 폐기물과 쓰레기가 곳곳에 방치돼있어 작은 불씨만으로도 큰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 발생 현장. 사진=서울북부지검 제공
또 검찰은 아파트 방화문이 상시 개방돼 있었던 데다 불이 났을 때 김 씨가 현관문과 방문을 열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봤다.
검찰은 서울북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유족과 피해자 총 35명에게 치료비와 생계비를 긴급 지원하는 한편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심리 치료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성탄절 새벽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하고 27명이 다쳤다. 경찰 조사 결과 화재의 원인은 김 씨가 피운 담배꽁초였고, 경찰은 중실화·중과실치사상 혐의로 김 씨를 구속 송치했다.
재산 피해는 약 10억 원으로 파악됐다. 당시 화재 발생 지점 바로 위층에 살던 박 모 씨(33)는 7개월짜리 딸을 안고 뛰어내리다 머리를 크게 다쳐 사망했으며, 10층 거주자였던 화재 최초신고자 임 모 씨(38)는 가족들을 먼저 대피시킨 뒤 불을 피하려다 아파트 계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