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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탐방로에 낙석 구르는데… 장기 안전-관리계획 안 보이네

입력 | 2024-04-03 03:00:00

제주 세계유산본부, 3차 계획 발표
공원자원 보전 등 5개 부문 설계
안전 직결된 탐방로 조정은 빠져
“10년 단위 계획, 현행 유지 수준”



제주 한라산 전경.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의 핵심인 한라산을 보전·관리하는 계획이 마련됐지만 탐방로 평가 및 조정 등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DB


지난달 31일 오전 제주 한라산 해발 1500m가량에 있는 관음사탐방로의 삼각봉대피소를 지나자 탐라계곡이 펼쳐졌다. 새끼노루귀가 무리 지어 활짝 피어나 봄소식을 고지대에도 알렸지만, 눈이 녹은 뒤에 드러난 탐방로 모습은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목재 계단은 일부가 훼손됐고 낙석을 막는 철조망에는 지름 1m 정도의 돌덩어리가 박혀 있었다. 철조망이 없었다면 탐방로를 강타했을 것이 분명했다. 이 구간은 2015년에 낙석으로 인해 폐쇄된 적이 있다.

탐라계곡을 지나는 구름다리인 용진교 위로는 높이 2∼4m의 거대한 돌기둥들이 위치했다. 한라산 영실계곡의 ‘오백장군’처럼 수려한 기암괴석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걱정도 들었다. 삼각봉 일대 지질은 풍화, 침식작용에 약한 조면암류로 구성돼 바위가 쉽게 깎여 내리고 있다.

낙석은 탐방객의 안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보니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측에서도 집중 관리를 하고 있지만 단기 처방에 그치고 있다. 돈내코탐방로는 이런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지만 접근성 불편 등으로 탐방객이 찾지 않고 있다. 이처럼 탐방로에 대한 전면적인 재설계가 불가피한데도 이는 한라산국립공원 장·단기 계획에 반영되지 않았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최근 올해부터 2033년까지를 목표로 한 ‘제3차 한라산국립공원 보전·관리계획’에 대한 최종 용역보고서에 대해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

다른 국립공원은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관리하지만 한라산국립공원은 제주도가 보전·관리계획도 별도로 수립하고 있다. 2004년 1차, 2013년 2차에 이어 이번이 3차로 외부 용역을 통해 골격을 만들었다. 자연공원법에 따른 자연공원계획(2023∼2032년)과 연계해 보전·관리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보전·관리계획을 마련하면서 2차 관리계획에 대해 평가한 결과 204개 계획과제 가운데 △외래 동물에 대한 구제활동 등 관리지침 △생물유전자원 종합계획 수립 △국립공원 내 환경 저해시설 철거 △생활문화유적 조사 및 문화탐방코스 개발 △돈내코탐방로의 스토리텔링 작업 △세계자연유산 프로그램 공유협력 체계 수립 △역사문화자원 관리계획 수립 등 75개가 이행조차 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3차 보전·관리계획은 공원자원 보존, 공원환경 보호, 지속가능한 이용, 지역사회 협력, 관리 기반 확충 등 5개 부문을 설정하고 34개의 계획과제 아래 84개의 세부 추진계획으로 짜였다. 이 사업들을 추진하기 위해 올해 171억3800만 원, 2025년 180억9200만 원, 2026년 189억5500만 원 등 2033년까지 모두 2150억 원을 투자하는 예산 규모를 설정했다.

3차 보전·관리계획에 따라 △법정보호종 및 멸종위기종 조사 △역사문화자원 조사 △천연보호구역 모니터링 △경관자원 특화 관리 △고지대 식생 복원 △재난상황관리 시스템 운영 △탐방로예약제 운영 고도화 △도민참여형 모니터링 활성화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장을 지낸 한 전직 공무원은 “3차 계획을 보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유지, 보완하는 수준으로 보인다”며 “10년 단위 계획이지만 탐방객 안전과 분산을 위한 탐방로 전면 조정, 문화유산에 대한 가치 조명 등이 중점 사항으로 포함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