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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할 수 없다…환자 버리면 우리가 진다” 소아과 교수의 호소

입력 | 2024-03-25 14:35:00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집단 휴학한 한 의대 강의실이 텅 빈 채 가운이 놓여있는 모습. 동아일보DB


충남 천안에서 소아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전문 의료 매체에 ‘사직할 수 없다’는 취지의 기고문을 남겨 화제가 되고 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미정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장은 최근 ‘청년의사’에 ‘사직을 망설이는 L 교수의 답장’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이 교수는 20일 단국대 의대 교수 회의에서 사직서 제출을 논의할 당시 항암 치료 중인 소아암 환자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기고문에서도 돌보던 환자는 물론, 환자들을 맡기고 간 전공의들을 위해서라도 교수들은 현장에 남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병원과 학교에서 맡은 바 업무를 마무리하는 ‘사직의 도리’는 다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아픈 환자를 버려두고 병원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국민을 이기는 게 아니라 지는 것”이라며 “게다가 더 나쁜 것은 우리 스스로에게도 지게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공의들이 사직할 때 우리에게 중환자, 응급환자를 포함한 필수 의료를 맡기고 떠났기 때문에 ‘의료 대란’은 없었고, 지금도 없다”며 “그러나 그들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떠나면 정말로 의료 대란’이다”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국민의 생명권’ 유지와 같은 사회의 필수 서비스는 어떤 상황에서도 중단돼서는 안 된다”며 “의사가 파업할 경우에는 응급의료와 암 수술 등의 필수 의료는 중단되지 않도록 조치해야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 어떤 의사 파업도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제가 사직서를 제출한다면 제가 보던 환자에 대한 기록을 충실히 작성한 후 받아줄 병원과 의사를 확보해 모두 전원 보낸 후에 사직하겠다”며 “그전에는 비록 지치고 힘이 들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의사의 역할을 모두 다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자발적인 사직서 제출과 외래진료 축소를 예정대로 25일부터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의교협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24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입학정원 및 배정은 협의 및 논의의 대상도 아니며 대화하지도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전공의에 대한 처벌은 의과대학 교수의 사직을 촉발할 것이며,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전달했다”면서 “또 전공의와 학생을 비롯한 의료진에 대한 고위 공직자의 겁박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며, 이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