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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태어났나?” 아기 점박이물범 포착

입력 | 2024-03-15 03:00:00

백령도서 생후 한달 미만 새끼 발견
서식뿐 아니라 번식 가능성 제기
수과원, 생태 조사 연 4회로 늘리고
물범에 위성추적장치 부착 검토
“이례적 현상, 정부의 조사 필요”



2020년 2월 13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의 한 자갈밭에서 발견된 새끼 점박이물범. 인천녹색연합 제공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점박이물범의 국내 최대 서식지인 인천 백령도에서 점박이물범이 서식뿐 아니라 번식까지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 차원의 실태 조사와 함께 보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환경단체 인천녹색연합과 백령도점박이물범생태관광협의체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 인근 바위에서 태어난 지 1개월이 채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박이물범 한 마리가 주민에게 발견됐다. 점박이물범은 통상적으로 태어난 지 한 달쯤 지나 털갈이를 하기 때문에 배내털을 가진 물범을 생후 1개월 미만으로 추정할 수 있다. 발견한 주민은 당시 굴을 채취하러 갔다가 바위 위에서 쉬고 있던 점박이물범을 발견했고, 점박이물범은 인기척을 느끼고 바위 아래 틈으로 숨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과 2022년 2월에는 백령도 인근 바닷가에서 숨진 새끼 점박이물범이 발견됐고, 2020년 2월에는 백령도의 한 자갈밭에서 새끼 점박이물범 2마리가 살아있는 상태로 포착되기도 했다.

서해5도 최북단 섬인 백령도는 멸종위기종인 점박이물범의 국내 최대 서식지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이 지난해 국내 점박이물범 서식 현황을 조사한 결과 백령도에 최소 279개체가, 충남 가로림만엔 7개체가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점박이물범은 천연기념물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있다.

이처럼 국내 최대 서식지인 백령도에서 새끼 점박이물범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서식뿐 아니라 번식까지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새끼 점박이물범은 털갈이를 한 후 지방층이 두껍게 형성되기 전까지는 장시간 물에 있으면 저체온증 등으로 죽을 가능성이 높아 얼음 위 등에서 생활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새끼 점박이물범이 주요 번식지로 알려진 중국 랴오둥(遼東)만에서 바다를 건너 백령도까지 왔을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것이다. 점박이물범은 겨울철 중국 랴오둥만 등에서 번식을 한 후 남쪽으로 이동해 한국 백령도와 가로림만 등에서 여름을 지내고 늦가을부터 번식을 위해 다시 북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안용락 해양생물다양성본부장은 “점박이물범이 얼음 위가 아닌 백령도 해안가에서 이미 번식을 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며 “한 마리의 어미가 여러 새끼를 낳는 건지, 아니면 여러 어미가 새로운 번식지로 활용하는 것인지는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녹색연합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백령도에서 잇따라 새끼 점박이물범이 발견된 건 번식 가능성을 시사하는 이례적인 현상으로, 정부 차원의 전문 조사가 필요하다”며 “새끼 점박이물범 보호를 위해 발견됐을 때의 행동 지침도 마련해 지역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점박이물범의 생태 현황을 보다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 백령도 일대에 대한 조사를 기존 연 2회에서 올해 연 4회로 늘리고, 생포되거나 구조된 점박이물범에게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예정이다.



공승배 기자 ks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