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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하던 초등생 납치 40대 “돈 급해서…제정신 아니었다”

입력 | 2024-02-28 11:14:00

사진=MBN 보도화면 캡처


등교 중이던 초등학생을 흉기로 위협해 납치하고 부모에게 거액을 뜯어내려 한 40대 남성에게 징역 15년형이 구형됐다. 그는 재판에서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반정모) 심리로 열린 백 모 씨(42)의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영리약취·유인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백씨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날 검찰은 “채무 독촉 압박에 시달리던 피고인이 범행 이틀 전부터 흉기와 청 테이프 등을 준비했다”며 “우산으로 얼굴을 가리고 폐쇄회로(CC)TV가 없는 공동계단을 오르내리며 대상을 물색한 뒤 피해자를 흉기로 협박하며 옥상으로 끌고 올라가 미리 적어둔 협박 쪽지를 모친에게 보내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집행유예 기간 중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와 그 가족이 엄벌을 탄원했다”며 “피해자와 어머니가 심리 치료를 받는 데다 피해자가 평생 겪을 트라우마를 고려하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백 씨 측 변호인은 재판에서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말했으며 백 씨도 “피해자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해선 안 될 행동을 했고 돈을 구하지 못하면 가족들이 길거리에 나앉을 거라는 압박감에 제정신이 아니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납치를 당한) 어린 피해자가 두려움에 떠는 표정을 보고선 그제야 제 어린 자녀들이 생각나며 바로 정신을 차렸다. 이런 짓을 저지른 저 자신이 너무 싫었다”며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평생 반성하며 살겠다”고 덧붙였다. 백 씨에 대한 선고기일은 다음 달 22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앞서 백 씨는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에서 등교 중이던 여자 초등학생 A 양을 흉기로 협박해 납치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백씨는 오전 8시 40분경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A 양을 흉기로 위협하며 아파트 옥상으로 끌고 간 뒤 손과 입, 눈 등에 청 테이프를 붙이고 기둥에 묶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 양에게서 빼앗은 휴대전화로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오후 2시까지 현금 2억 원을 준비하라. 아니면 딸을 볼 생각하지 마라”는 문자를 보냈고, 이후 경찰 신고 등을 확인하려 옥상을 잠시 떠났다.

이 사이 피해 학생은 납치된 지 약 1시간 4분 만인 오전 9시 44분경 몸을 결박한 테이프를 끊고 탈출해 경찰에 구조를 요청했고 그의 어머니도 경찰에 신고했다. 구조 당시 A 양에게 다친 곳은 없었다.

백 씨는 경찰 추적을 피하고자 입던 옷을 뒤집어 입거나 가방을 메기도 했으며 CCTV가 있는 구간에선 우산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기도 했다. 가지고 있던 흉기도 본인 집 앞 부근에 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CCTV 등을 통해 백 씨의 동선을 추적한 경찰은 그가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해 오후 5시 15분경 자택에서 긴급 체포했다.

검찰 조사 결과, 백 씨는 범행에 앞서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다른 동을 범행 장소로 정한 후 흉기와 청 테이프 등을 가지고 아파트 공용계단을 약 1시간 동안 오르내리며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 씨는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가 지난해 7월 풀려난 지 5개월 만에 납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백 씨는 약 1억 7000만 원 채무에 대한 압박감을 느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