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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빅5 병원 전공醫 “전원 사직”… 응급-수술 대란 막아야

입력 | 2024-02-16 23:57:00


서울대병원 등 국내 필수의료의 중추기관인 이른바 ‘빅5’ 병원 전공의(인턴과 레지던트)들이 19일까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원광대 등 다른 병원 전공의들도 사직서를 내고 있다. 전국 40개 의대 학생들은 20일 일제히 휴학계를 내기로 결의했다.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정부의 결정에 반발하는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전공의들의 파업 예고에 치료가 시급한 환자와 가족들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온라인에는 ‘어머니가 20일 폐암 수술을 받기로 했는데 수술이 밀렸다’는 등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입원 중단, 검사 생략 등 조치도 잇따르고 있다. 5대 대형병원 의사 중 전공의가 39%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응급실과 수술실에서 휴일·야간 당직, 수술 보조 등의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빠지면 응급실과 수술실이 사실상 마비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환자의 생사와 직결될 수 있는 문제다. 실제로 2020년 의대 증원에 반대해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섰을 당시 음독 환자와 심정지 환자가 치료할 병원을 찾다가 숨진 사례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의사협회는 조만간 회원 투표를 통해 파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일반 의사들까지 파업에 가세한다면 국민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이다.

정부는 각 병원에 전공의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발동한 데 이어 집단연가를 불허하고 필수의료를 유지하라는 명령을 추가로 내렸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정부가 업무개시를 명령하더라도 복귀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자세다.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란이 벌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당장은 군병원 응급실을 민간에 개방하고, 진료보조(PA) 간호사 역할을 확대해 전공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방안 등이 시급하다. 의사들의 불법 행위는 엄정 대응하되 필수의료 보상 강화 방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의료계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전국의 대학병원 교수들이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전공의와 학생들이 환자와 학교를 떠나고, 의대 증원이 또다시 좌초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