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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서울의 봄’ 故정선엽 병장 유족에 국가 배상 판결

입력 | 2024-02-05 19:30:00

1979년 12·12 사태 당시 육군본부와 국방부를 잇는 지하벙커에서 초병 근무를 서다 전두환 반란군의 총탄에 맞아 전사한 정선엽 병장의 모교인 광주 동신고에서 12일 정 병장을 기리는 추모식이 열렸다. 사진은 기념식수 모습. 2023.12.12/뉴스1


전두환 군부세력의 12·12 쿠데타 당시 신군부에 맞서다 전사했지만 총기사고사로 처리됐던 고(故) 정선엽 병장의 유족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2단독 홍주현 판사는 정 병장의 유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5일 “유족 1명당 각 2000만 원씩 총 8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 병장은 국방부 B-2 벙커에서 근무하던 중 반란군의 무장해제에 대항하다 살해돼 전사했음에도 국가는 계엄군 오인에 의한 총기 사망사고라며 순직 처리해 사망을 왜곡하고 은폐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의 위법한 행위로 고인의 생명과 자유, 유족들의 명예나 법적 처우에 관한 이해관계 등이 침해된 게 명백하다”며 “국가는 국가배상법 제2조1항에 따라 유족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1979년 12월 13일 새벽 전역을 3개월 앞둔 정 병장(사망 당시 23세)은 육군본부 벙커에서 근무 중 반란군에 저항하다 총탄에 맞아 숨졌다. 국방부 산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사망 43년만인 지난해 3월 “반란세력에 대항한 정 병장의 명예로운 죽음을 군이 오인에 의한 총기사고로 조작했다”고 결론내렸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