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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1원 우롱’ 정신영 할머니 징용피해자 손해배상 일부 승소

입력 | 2024-01-18 11:23:00

광주지법 "미쓰비시, 피해자 4명에 총 3억8400여만 원대 손해배상"
日연금 탈퇴수당 99엔 보내 공분 일기도…소송 4년여 만에 1심 판결




일제에 강제로 끌려가 고초를 겪고도 일본 정부로부터 후생연금 탈퇴수당 931원(99엔)을 받은 생존 피해자 정신영(94) 할머니와 다른 피해 유족들이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광주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임태혁 부장판사)는 18일 정 할머니 등 4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인 미쓰비시는 원고(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 원, 1억 원, 1억 6666만 6666원, 1818만 1818원씩 총 3억 8484만 8484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소송비용 등 원고 측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다.

정 할머니는 지난 1944년 5월 만 14세 나이에 ‘일본에 가면 좋은 학교도 다니게 해주고 밥도 잘 준다’는 말에 속아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로 끌려갔다.

정 할머니는 당시 열악한 환경에서 페인트 보조 작업을 반복해야만 했다. 이번 재판 과정에서는 “다친 손을 치료받지 못했고, 식사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음식물 쓰레기를 주워 먹어야만 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매일 공습 경보가 울려 이불을 뒤집어 쓰고 두려움에 떨었고, 방공호를 찾아 도망다녀야만 했다. 도난카이 지진으로 공장 벽이 무너져 한국에서 함께 건너간 친구 7명이 숨지기도 했다.

정 할머니를 비롯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1945년 도야마 미쓰비시 공장으로 옮겨 일하다 광복을 맞아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정 할머니는 가족들의 장래에 지장이 될까 싶어 징용 피해 사실을 털어놓지 못했다.

지난 2022년 7월에는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일본연금기구가 정 할머니의 계좌에 ‘후생연금 탈퇴수당’으로 931원(99엔)을 송금해 공분이 일기도 했다. 화폐 가치 변동을 보전하지 않고 당시 기준 77년 전 액면가만 지급하면서 당시 ‘악의적인 모욕’, ‘고령의 피해자에 대한 우롱’ 등의 성토가 잇따랐다.

정 할머니를 비롯한 피해 유족들의 손해배상 소송도 2020년 1월부터 4년여 동안 공전하기도 했다. 국제 송달로 보낸 소송 서류를 일본 정부가 미쓰비시 측에 전달하지 않고, 미쓰비시 측이 의도적으로 출석하지 않으면서 재판이 지체됐다.

이날 오전에는 또 다른 징용 피해자 유족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2019년 광주지법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됐다. 조만간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해 1월까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각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은 총 63건이다. 2018년 대법원 첫 원고(피해자) 승소 이래 총 9건의 확정판결이 내려졌는데 법원은 모두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후지코시근로정신대 등 3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항소심 재판 중인 손해배상 소송은 9건(서울 8건·광주 1건)이다. 나머지 42건(서울 28건·광주 14건)은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광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