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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서 46억 횡령하고 해외로 도주한 직원, 1년 4개월 만에 검거

입력 | 2024-01-10 09:45:00

요양급여 등을 횡령한 뒤 암호화폐로 환전해 범죄 수익을 은닉한 혐의를 받는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관리팀장 최 씨(44)가 9일(현지시간) 필리핀 내 고급리조트서 검거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46억 원을 횡령하고 해외로 도주한 직원이 필리핀 현지에서 붙잡혔다.

경찰청은 9일 오후 5시 13분(현지시간) 필리핀 현지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등 혐의를 받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관리팀장 최모 씨(44)를 검거했다고 10일 밝혔다. 2022년 9월 경찰이 추적팀을 편성해 최 씨를 쫓은 지 약 1년 4개월 만이다.

최 씨는 2022년 4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채권압류 등으로 지급 보류된 진료비용 총 46억 원을 빼돌린 뒤 가상화폐로 환전, 범죄 수익을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경찰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서를 발부받고, 수사관서인 강원경찰청 반부패수사대와 코리안데스크(외국 한인 사건 전담 경찰부서), 경기남부 인터폴팀으로 추적팀을 구성해 최 씨를 쫓아왔다.

1년여간 오리무중이었던 최 씨의 행방은 주변인들의 SNS 등을 통해 실마리가 잡히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죄 수익을 은닉하기 위해 사용된 가상화폐 등에 대한 추적도 함께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현지 경찰과의 공조로 은신 중인 최 씨의 동선과 도주 경로를 파악한 경찰은 현지 정보원 등을 통해 최 씨를 잡을 수 있었다.

한편, 이 사건으로 공단의 관리시스템의 부재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5개월간 최 씨의 횡령이 지속됐음에도 공단 내부 감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지급 보류된 진료비를 지급 처리하는 과정에서 최 씨에게 채권자의 계좌정보 등록·변경·자체 승인 권한이 쏠렸던 것을 원인으로 봤다.

채권 관리의 지출원인행위 업무와 지출 행위 업무가 재정관리실 내에 팀 단위로만 분리돼 있고 부서 단위로는 분리돼 있지 않아 한 부서에서 채권 지급 관련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구조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경찰은 송환 일정이 정해지는 대로 최 씨를 국내로 데려와 신병을 최종 확보한 뒤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