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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 문건 삭제’ 산업부 공무원 3명…항소심 ‘무죄’

입력 | 2024-01-09 14:45:00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문건을 삭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직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공무원 3명이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형사3부(재판장 김병식)는 9일 오후 231호 법정에서 공용전자 기록 등 손상, 방실침입, 감사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산업부 공무원 A(54)·B(51)·C(46)씨에게 1심을 뒤집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건에서 삭제된 파일이 공무서인 산업부에서 사용·보관하는 공용전자기록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C씨가 사건 파일을 삭제할 정당한 권한이 있었거나 컴퓨터를 사용하던 담당자로부터 사건 파일을 삭제하는 것에 대해 승낙 받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또 “해당 파일들은 산업부 내에 공용으로 사용하는 문서관리시스템과 공용디스크, 다른 직원들 컴퓨터에도 저장이 돼 있었다”며 “C씨가 문건을 삭제해 산업부에서 사용하는 공용 전자 기록을 해하는 결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은 감사원법상 감사 방해죄의 주체가 될 수 있지만 감사원이 임의로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출석을 요청한 상황에서 이에 응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형사 처벌할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며 “감사의 경우 긴급한 경우 구두로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할 수 있으나 당시 긴급한 사장으로 볼만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고 감사원에서 실시한 디지털 포렌식이 감사원법 및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실시됐는지 확인할 수 없고 오히려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감사원 측은 C씨가 삭제한 파일을 확보했을 경우 감사 기간을 준수할 수 있었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으나 C씨가 삭제한 문건은 각종 문서 관리 시스템에 등록돼 산업부에서 관리할 가능성이 높고 공용디스크에 동일한 전자 기록이 존재한 점 등을 고려하면 감사원이 충분히 자료를 어렵지 않게 확보할 수 있었다고 재판부는 봤다.

재판부는 디지털 포렌식이 이뤄진 컴퓨터는 C씨를 포함한 전임자들이 사용하지 않았던 컴퓨터이며 감사원이 바뀐 컴퓨터를 대상으로 디지털 포렌식을 벌인 우연까지 고려해 감사방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장급 공무원이었던 A씨는 지난 2019년 11월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업무를 담당했으며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과장급 공무원이었던 B씨와 당시 서기관이었던 C씨에게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다.

지시를 받은 C씨는 같은해 12월1일 새벽 해당 부서에 들어가 자신이 사용했던 컴퓨터에 남아있는 산업부 내부 보고 자료와 청와대 보고 자료 등 총 530개의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감사원이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 산업부가 관여했는지 여부를 감사하기 위해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한 사실을 알면서도 공모해 일부 최종본만 제출하거나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등 정당한 감사 행위를 방해했다“며 ”공용전자 기록이 작성자 지배를 현실적으로 떠나 변경과 삭제가 불가능한 정도로 객관화된 단계에 이르렀을 때는 공용전자 기록 손상죄의 객체인 공용전자 기록에 해당하며 C씨가 임의로 삭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B씨와 C씨에게는 각각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방실침입 혐의에 대해서는 C씨가 후임자로부터 비밀번호를 받아 들어갔고 사무실에 있던 직원이 이를 알면서도 C씨를 제지하거나 이유를 물은 적이 없던 점을 고려하면 C씨가 평온을 해치지 않았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피고인 측과 검찰은 모두 항소를 제기했다.

[대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