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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감소는 사람들의 바람을 종교가 못채우기 때문”

입력 | 2023-12-22 03:00:00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 인터뷰
내년 익산 중앙총부 설립 100주년
“세상 변화 못 따라가고 안주 경향
성직자 절반 자살 예방 전문가로”




“신도 감소 현상은 지금 사회와 사람들이 바라는 것을 종교가 채워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도 자성할 부분이 많지요.”

전북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19일 만난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사진)은 내년 익산 중앙총부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교단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1891∼1943)가 1916년 창시한 원불교는 1924년 익산에 중앙총부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2021년 취임 때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하겠다고 하셨습니다.

“100년이 넘다 보니 세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우리 안에서 안주하는 경향이 솔직히 있었습니다. 종교가 사회를 앞장서서 견인해야 하는데 사회 변화를 뒤쫓는 입장이고, 그마저도 느렸지요. 대표적인 예가 원불교 여성 교무 법복(法服)입니다. 흰색 한복 저고리에 검정 한복 치마, 쪽 찐 머리로, 원불교 초기인 일제강점기 이 복장은 신여성을 상징했습니다. 당시에는 가장 엘리트 여성이 입는, 진보적인 것이었죠. 그런데 100여 년 동안 그대로 있다 보니 이제는 사람들이 ‘웬 유관순 열사 복장?’ 하며 신기하게 봅니다. 지금은 양장도 함께 입을 수 있게 바꾸긴 했지만 몇 년 안 됐어요.”

―변화의 하나로 최고 의결기구의 일반 신도 비율을 높일 계획이라고요.

“교단 최고 의결기구는 수위단회로, 교단 내 모든 일을 시작하고 마무리 짓는 가장 핵심 기구지요. 어느 종교든 이런 최고 의결기구에 일반 신도가 참여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처음부터 성직자와 재가자의 비율이 3 대 1 정도 됐어요. 그걸 내년 3월경 교헌 개정을 통해 2 대 1 정도로 바꾸려고 합니다. 재가자들은 사회에서 각종 활동을 하시기 때문에 재가자 비율이 높아지면 우리만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좀 더 사회 변화에 발맞출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중앙총부를 옮기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내년이 익산 중앙총부가 설립된 지 꼭 100년 되는 해입니다. 여러 행사를 준비 중인데 중앙총부 이전도 고민 중이지요. 다른 종교들은 모두 서울에 있지 않습니까. 큰 틀의 변화를 하려면 이전도 필요한 것 아니냐는 제안이 꽤 있지요.”

―올해도 며칠 안 남았습니다.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요.

“현재 보건복지부와 연계해 전체 성직자를 대상으로 자살 예방 및 상담 교육을 시행 중입니다. 교육의 특성상 소수로 진행할 수밖에 없어서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궁극적으로 전체 성직자 1500여 명 중 절반 정도를 이 분야 전문가로 양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살고 싶지 않다고 호소하는 당사자는 물론이고 자녀나 형제자매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분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도 종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종교는 물론이고 사회 지도층이 힘든 국민을 보살피고 치유해 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한 심정입니다.”



익산=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