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한 호텔 화재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당국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전날 오후 9시 1분께 이 호텔의 기계식 주차장에서 불이나 1시간 30분 만에 진화됐다. 이번 화재로 5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023.12.18/뉴스1
17일 저녁 화재가 발생한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호텔 8층에 묵고 있던 외국인 관광객 예투윈 씨(33)는18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우왕좌왕하는데 소방대원들이 나타나 한명씩 아래로 데려가 위기를 넘겼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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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당국, 객실 돌며 74명 대피시켜
이 호텔에선 17일 오후 9시 1분경 큰불이 났다. 18층짜리 호텔에는 객실 131곳에 투숙객 144명이 머물고 있었다. 소방대원들은 5분 만에 화재 현장에 도착해 진화와 인명수색을 실시했다. 방화복에 산소통까지 맨 소방대원들은 호텔 마스터키로 일일이 방 내부를 확인하며 투숙객들의 대피를 도왔다.소방당국은 주차타워에서 불길이 치솟자 화재 발생 18분 만에 인접 소방서까지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또 단시간에 장비 129대와 인력 404명을 동원하는 기민한 대응으로 1시간 반 만에 사망자 없이 진화를 마쳤다. 소방대원들이 직접 데리고 나온 투숙객이 44명, 대피하도록 유도한 투숙객이 30명이었다.
소방 관계자는 “매뉴얼에 따라 도착하자마자 건물 내 방송을 통해 대피를 유도하고, 방을 찾아다니며 인명을 수색하는 동시에 에어매트와 고가사다리차도 대기시키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고 밝혔다. 인근 호텔 투숙객들은 레이저 불빛으로 건물 내 대피하지 못한 객실을 지목하면서 소방대원들의 구조를 돕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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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 냄새 나는데 객실 올라가라고 해”
18일 오전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한 호텔 화재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당국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전날 오후 9시 1분께 이 호텔의 기계식 주차장에서 불이나 1시간 30분 만에 진화됐다. 이번 화재로 5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023.12.18/뉴스1
이날 화재로 투숙객 등 54명이 부상을 당했다. 특히 중국인 여성(37)은 전신에 2도 화상을 입고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돼 여전히 중환자실에 있고 한국인 남성(26)도 골절상 등 중상을 입었다. 소방 관계자는 “중상자 둘은 모두 18층 옥상에서 옆 건물로 뛰어내린 상태에서 발견됐다”고 했다.
불은 호텔 1층 후문 천장과 기계식 주차타워 사이에서 발생해 수직 밀폐구조인 주차타워를 타고 급속도로 번졌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도심 주차타워는 화재의 ‘땔감’이 될 수 있는 차량이 많고, 굴뚝 효과 때문에 불이 급속도로 번지는 특성이 있다”며 “인근 빌딩으로 번질 경우 대형 참사가 될 수 있는 만큼 천장 등에 가연재를 쓰는 걸 허용하는 현행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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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