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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의회 “주한미군 등 인태사령부 개편 보고서 제출하라”

입력 | 2023-12-08 14:20:00


미국 의회 상하원이 인도태평양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해 주한·주일미군을 포함한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 지휘 체계와 주둔 태세 개선 방안을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미 상원과 하원 군사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공개한 ‘2024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 합의안을 공개했다. NDAA는 내년도 미국 국방 관련 예산과 주요 정책 방향 등이 담긴 법안으로 이날 합의안에선 내년도 미 국방예산을 8860억 달러(약 1158조 원)로 전년도(8580억 달러)보다 3% 늘리기로 했다.

NDAA는 국방장관에게 법안 통과 360일 이내 인도태평양 지역 내 미군 배치와 사령부 구조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의회는 이 보고서에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따른 인태사령부 산하 미군의 작전계획과 지휘 통제에 대한 문제와 필요한 군사 태세 조정에 대한 권고를 포함하도록 했다.

특히 합의안은 “보고서에 주일·주한 미군에 미칠 영향을 포함한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조직 구조 수정 권고와 동맹국 및 파트너와의 협력 강화에 대한 권고를 포함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이는 지난해 통과된 2023년 NDAA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으로 이번 법안에 처음 추가됐다. 공화당 등 미 의회 일각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등에 대응한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꼭 집어 인도태평양 사령부 개편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앞서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주도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2기 정책공약이 담긴 ‘프로젝트 2025’ 보고서는 “한국이 북한에 대한 재래식 방어를 주도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부 부차관보를 지낸 엘브리지 콜비 ‘마라톤 이니셔티브’ 대표는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한반도 지역 미군 자산은 중국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NDAA는 한반도 인식과 관련해 주한미군 병력 2만8500명 규모를 유지하고 모든 방위역량을 활용한 확장억제 공약 재확인과 함께 “워싱턴선언에서 강조한 핵 억제 공조를 심화하는 방식으로 한미 동맹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일각에서 트럼프 2기 출범 시 바이든 행정부가 합의한 확장억제 조치가 백지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워싱턴선언을 법안에 명시한 것이다. 워싱턴선언 관련 조문은 하원이 발의한 NDAA 법안 초안에만 포함돼 있었으나 상하원 협의 과정에서 양원 단일안에도 포함됐다.

또 법안에는 법 제정 180일 이내에 한반도의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문제에 대해 의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보고서에는 한국군이 한미연합사령부의 전작권 인수 준비를 갖추는 데 필요한 조건을 한국군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에 대한 평가를 담도록 했다. 또 전작권 이양 최소 45일 전에는 이양 계획을 의회에 통보할 것을 주문했다.

또 러시아의 기술 제공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가속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NDAA는 국방장관에게 2년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이란의 위협과 미국의 본토 방어 계획을 의회에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NDAA는 2029년까지 미국산 조달 비중을 75%로 높이는 ‘바이 아메리칸’ 조항이 포함됐으나 미국과 국방 조달 협정을 맺은 국가들에는 예외를 적용하기로 했다. 한미는 현재 국방상호조달 협정 체결을 추진 중이다.

NDAA는 또 대만해협과 동남아시아,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의 군사 발전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6개월마다 의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대만의 군사력을 증강하기 위해 미군이 직접 대만 군인 훈련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다만 중국과 북한의 악의적인 행동을 식별하고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과 대만이 국방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문구는 단일안에서 빠졌다.

한편 미국 정보기관이 별도 승인 없이 도·감청할 수 있도록 해 동맹 도청과 미국 민간인 사찰 논란을 일으킨 해외정보감시법(FISA) 702조 조항은 올해 말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일단 4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또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요구해온 원정 낙태시술 지원 폐지 등은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