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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속 늙은 얼굴 보며, 쉰살 넘어 얻은 깨달음… 마음 편히 살아가리니

입력 | 2023-12-07 03:00:00

[한시를 영화로 읊다]〈71〉 거울 속 나에게



영화 ‘분노의 주먹’에서 제이크 라모타는 거울 속 자신을 보며 지난 삶에 대한 회한을 드러낸다. MGM/UA 제공


영화학자 자크 오몽은 영화 속에서 얼굴이 가장 민감한 이미지의 영역이라고 설명한다(‘영화 속의 얼굴’). 한시에서도 얼굴은 민감한 소재로 그림, 거울, 물 등 얼굴을 응시할 수 있는 매개물을 통해 ‘나 자신이기도 한 타자’를 주목했다. 당나라 백거이도 자신의 얼굴에 특별한 관심을 가졌던 시인이다.

거울과 그림 속 자신을 읊은 작품 중 한 수다. 유달리 시간의 흐름에 민감했던 시인은 자신의 얼굴과 함께 나이를 언급하는 시를 지속적으로 남겼다. 세상의 불의를 지적하다가 모함을 받았을 때는 초상화와 현재 자신의 얼굴을 비교하며 현실적 고뇌를 드러내기도 했다(‘題舊寫眞圖’). 이 시에서도 나이를 언급하며 생계 때문에 자신의 본성을 거스른 채 관직에 매여 있는 비애를 내비쳤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분노의 주먹’(1980년)에도 주인공이 거울을 보며 독백하는 유명한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제이크 라모타는 왕년의 챔피언이었지만 승부 조작과 동생과의 의절 등 자신의 잘못으로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다. 나이를 먹어 머리가 벗겨지고 배가 나온 주인공은 먹고살기 위해 밤무대의 사회자로 산다. 주인공은 대기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영화 ‘워터프런트’(1954년)의 대사를 외운다. 자신의 과거를 연상시키는 영화 대사를 통해 자신의 지난 잘못을 질타하며 반성한다.

시인은 잘못을 깨닫고 변화해야 한다는 ‘지비(知非·50세)’도 지났다. 하지만 지난 잘못을 억지로 바로잡기보다 세상사를 편안히 받아들이고 살아보겠다고 다짐해 본다. 영화 속 주인공은 마지막에 섀도복싱을 하며 거울 속 자신에게 챔피언이라고 부르며 “나는 최고야”라는 말을 반복한다. 실수투성이 삶을 응시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자조보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여전히 필요하다. 시인이 거울 속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