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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中의존 71%→91%… 中 수출쿼터제 조짐에 또 품귀 우려

입력 | 2023-12-05 03:00:00

中 비료업계, 자국 우선공급 요청… 지난달말부터 통관 애로 드러나
내년부터 해외물량 쿼터제 거론도
“2년전 대란에도 대책 못세워” 지적… 공급망안정법, 15개월째 국회 계류



4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차량용품 코너에서 직원이 요소수를 정리하고 있다. 중국의 관세청에 해당하는 해관총서가 요소 해외수출을 막으면서 2021년 요소수 대란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정부는 ‘정부-업계 합동 요소 공급망 대응회의’를 열고 중국 세관에서 검역이 완료된 물량이 국내로 도입될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중국 비료업계가 자국 내 우선 공급을 위해 요소 수출 기업들에 수출 자제를 요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내년부터 해외로 나가는 요소 물량을 제한하는 ‘쿼터제’까지 시행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요소수 품귀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2021년 요소수 대란 이후 정부가 공급처 다변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법안은 1년 3개월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똑같은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3개월 치 확보”…中선 수출 쿼터제 관측도

4일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는 중국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달 17일 중국 질소비료공급협회가 회원사에 질소 비료(요소 비료의 상위 개념) 수출을 자제하고 중국 국내에 우선 공급할 것을 요청하는 문서를 발표했다”며 “이후 같은 달 30일에 실제 통관 애로사항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는 “1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해관총서(관세청), 상무부, 외교부에 요소 수입 애로를 제기하고 차질 없는 통관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며 “중국 측은 공문 접수 당일에 ‘관련 내용을 파악해 필요한 후속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요소 수출 물량을 국가별로 제한하는 쿼터제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한 요소수 수입·유통 기업 관계자는 “중국 비료업체들로부터 수출 쿼터제 관련 내용을 직접 전달받은 적은 없다”며 “다만 2024년부터 쿼터제를 시행한다는 현지 보도들이 최근 나오고 있어서 우리도 일단은 시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정부-업계 합동 요소 공급망 대응 회의’를 열고 대체 수입처를 통한 요소 확보 방안 등을 논의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요소수 통관 지연이 있었지만 정치적 배경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중국 내부적으로 요소 수요가 긴장돼 통관 지연이 일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보유한 재고와 중국 외 국가에서 수입할 물량을 합쳐 3개월분의 차량용 요소 재고가 확보됐다고 보고 있다. 화물차 및 정유업계는 “아직 별다른 수급 문제가 일어나진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비료업계에서는 요소 수출 제한이 길게는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요소수 대란 겪고도 중국 수입 비중 다시 급증”

정부 안팎에서는 2년 전 요소수 대란을 겪고도 확실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서 요소수 위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올 9월에도 중국이 비료용 요소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요소 수급 우려가 불거진 바 있다.

2021년 요소수 대란 이후 정부는 특정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4000여 개 품목을 대상으로 조기경보시스템(EWS)을 가동하고 200개 품목은 경제 안보 핵심 품목으로 지정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요소를 포함한 핵심 품목의 경우 국내 비축 물량과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수입처도 다변화해 공급을 안정화시키겠다는 계획이 실제로는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다.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신설해 경제 안보 관점에서 공급망 관리에 나서는 내용의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은 지난해 10월 발의됐지만 1년 3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1년 71% 수준이었던 차량·산업용 요소의 중국 수입 비중은 지난해 67%로 소폭 낮아졌지만 올 1∼10월 다시 91%까지 높아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글로벌 공급망 이슈에서 특정 국가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은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다른 국가에서도 함께 조달하는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정책적, 금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