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에게 접근해 성 착취물을 제작한 17세 A 군의 범행에 판사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난 9월 강원 춘천지법 103호 법정에 선 A 군의 청소년성보호법상 성 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 사건 공소장을 본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 김형진 부장판사는 공소장에 적힌 범행을 재확인한 뒤 “n번방 사건 이후 성 착취 범죄가 큰 범죄라는 게 잘 알려져 있는데 여러 차례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이런 행동을 했다는 게 이해가 안 가네요”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A 군은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SNS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접근한 뒤 피해자들에게 신체 노출 사진 또는 영상을 촬영시키고, 해당 촬영물을 전송받거나 녹화하는 수법으로 성 착취물을 제작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 군은 먼저 피해자로부터 호감을 산 뒤 신체 촬영물을 받자마자 돌변해 협박을 일삼으며 집요하게 성 착취 범행을 이어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측 주장을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당심에서 피해자 1명과 합의해 처벌불원 의사가 표시됐으나 범행 횟수와 내용에 비추어보면 비중이 크지 않다”며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피고인의 협박에 극심한 공포와 불안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며, 일부 피해자에게는 가학적인 내용으로 성 착취물을 제작했다. 피해자 중 1명은 ‘아직도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재차 엄벌을 탄원한 점 등을 종합했다”고 밝혔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