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 우려에 금융권 잇단 압박 은행채 한도 폐지로 자금수급 숨통 ‘한달 적금’ 등 초단기 상품 인기 주담대 금리 인하로 빚 증가 우려도
빠르게 치솟던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상단 금리가 4%대 초반에서 멈춰섰다. 대출 금리 상승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수신 경쟁을 자제시키면서 은행채 발행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1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의 이날 기준 정기예금(단리·1년 만기)의 최고금리는 3.50∼4.05%다. 8월 중순 3.65∼3.85%였지만 가파르게 올라 지난달 상단이 4%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달 들어 오름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은행권에선 금융당국의 ‘수신 경쟁 자제령’으로 상승세가 꺾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은 지난해 10월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의 여파로 고금리로 끌어모은 100조 원 규모의 예·적금을 다시 예치하기 위해 그동안 금리를 높여왔다. 그러자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지나친 수신 경쟁이 대출 금리 상승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만기 물량의 125%로 제한돼 있던 은행채 발행 한도를 10월 폐지했다. 은행채 발행 한도를 풀어주면 은행은 자금 조달이 쉬워져 대출 금리를 올릴 유인이 적어진다.
금융 소비자들도 호응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출시된 카카오뱅크의 ‘한달적금’은 이달 20일 기준 누적 계좌 150만 좌를 돌파했다. 31일 동안 하루 최대 3만 원씩 예치할 수 있는 이 상품은 최고 8%의 금리를 준다.
예금 금리 상승세가 꺾이면서 다음 달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의 산정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의 상승세도 멈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의 예·적금 금리 등을 기반으로 산출되는데 최근 두 달 연속 올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달 예금 금리 등의 상승세가 꺾인 것이 다음 달 발표되는 코픽스에 반영돼 주담대 금리 역시 상승세가 멈출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