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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경쟁 자제령’에… 정기예금 금리 4%대 초반서 ‘스톱’

입력 | 2023-11-22 03:00:00

금리 상승 우려에 금융권 잇단 압박
은행채 한도 폐지로 자금수급 숨통
‘한달 적금’ 등 초단기 상품 인기
주담대 금리 인하로 빚 증가 우려도




빠르게 치솟던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상단 금리가 4%대 초반에서 멈춰섰다. 대출 금리 상승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수신 경쟁을 자제시키면서 은행채 발행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1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의 이날 기준 정기예금(단리·1년 만기)의 최고금리는 3.50∼4.05%다. 8월 중순 3.65∼3.85%였지만 가파르게 올라 지난달 상단이 4%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달 들어 오름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은행권에선 금융당국의 ‘수신 경쟁 자제령’으로 상승세가 꺾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은 지난해 10월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의 여파로 고금리로 끌어모은 100조 원 규모의 예·적금을 다시 예치하기 위해 그동안 금리를 높여왔다. 그러자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지나친 수신 경쟁이 대출 금리 상승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만기 물량의 125%로 제한돼 있던 은행채 발행 한도를 10월 폐지했다. 은행채 발행 한도를 풀어주면 은행은 자금 조달이 쉬워져 대출 금리를 올릴 유인이 적어진다.

은행권도 고금리로 판 예·적금 만기가 한꺼번에 도래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만기를 분산시키거나 초단기 만기 상품을 출시해 대응하고 있다. 통상 만기가 긴 예·적금일수록 금리가 더 높지만 최근 들어선 금리 추이를 관망하는 금융 소비자를 끌어모으려 단기 예·적금에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장단기 예금 금리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다. 현재 KB국민은행의 ‘KB스타 정기예금’과 NH농협은행의 ‘NH왈츠회전예금’은 6개월 만기 상품이 1년 만기 상품보다 각각 연간 최고금리가 0.05%포인트, 0.1%포인트 높다.

금융 소비자들도 호응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출시된 카카오뱅크의 ‘한달적금’은 이달 20일 기준 누적 계좌 150만 좌를 돌파했다. 31일 동안 하루 최대 3만 원씩 예치할 수 있는 이 상품은 최고 8%의 금리를 준다.

예금 금리 상승세가 꺾이면서 다음 달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의 산정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의 상승세도 멈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의 예·적금 금리 등을 기반으로 산출되는데 최근 두 달 연속 올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달 예금 금리 등의 상승세가 꺾인 것이 다음 달 발표되는 코픽스에 반영돼 주담대 금리 역시 상승세가 멈출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연 8%를 넘보던 주담대 금리 상승세가 멈추고 하락세로 돌아서면 고금리 속에도 급증하는 가계부채 총량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75조6000억 원으로 6월 말(1861조3000억 원)보다 0.8% 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담대 잔액도 역대 최대인 1049조1000억 원으로 석 달 새 17조3000억 원 급증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