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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 방울도 특별하게… ‘한정판’에 꽂힌 MZ세대

입력 | 2023-11-01 03:00:00

주류업계 팝업스토어 줄이어
만들고, 마시고… 체험 공간 꾸며
고가 한정판에도 아낌없이 지출
‘테라 싱글몰트’ 팝업에 2만명 몰려… 음주문화 변해 “팝업 인기 계속”



위스키 브랜드 잭다니엘스가 서울 성동구 GS25 플래그십 스토어 도어투성수에서 운영한 팝업에서는 칵테일 수업을 진행하는 등 방문객에게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했다. 잭다니엘스 제공


“시럽과 레몬주스를 입맛에 맞게 조금씩 섞어 볼까요?”

지난달 27일 서울 성동구 GS25의 플래그십 스토어 도어투성수에 마련된 위스키 ‘잭다니엘스’ 임시매장(팝업스토어). 이곳에서는 ‘나만의 칵테일’을 만드는 수업이 한창이었다. 전문 강사의 지도로 40여 분간 진행된 수업에 참여한 이들은 오렌지주스와 얼그레이를 활용해 만든 칵테일을 유리병에 담아갔다. 이날 칵테일 수업 신청에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약 13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롯데칠성음료가 소주 ‘새로’ 출시 1주년을 기념해 성수동에 연 팝업스토어 내부. 롯데칠성음료 제공

20, 30대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체험형 마케팅이 주류업계에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MZ세대가 주로 방문하는 장소를 중심으로 주류업체들이 마련한 임시매장이 수시로 열리고 있다. 색다른 소비 경험을 원하는 세대를 겨냥해 한정판 상품을 내놓으며 소장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최근 위스키 브랜드 잭다니엘스는 자동차 경주 대회 포뮬러원(F1) 팀 맥라렌과 함께 만든 위스키를 홍보하기 위해 임시매장을 열었다. 잭다니엘스 허니와 애플 등 위스키를 활용한 칵테일을 맛볼 수 있는 공간과 F1을 콘셉트로 한 포토존이 마련돼 있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한정판 제품은 기존 잭다니엘스의 병 모양에 맥라렌을 상징하는 파파야 오렌지색을 입고 있었다.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이한 맥라렌의 로고를 태그로 부착해 F1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했다.

방문객들은 임시매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에 지갑을 열었다. 지난달 27일 찾은 잭다니엘스 팝업스토어에서는 한정판 제품을 구매한 이들이 저마다 자신만의 각인을 새기기 위해 늘어선 긴 줄을 목격할 수 있었다. 직장인 이정은 씨(31)는 “평소 술에 관심이 많아 칵테일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어 수업에 참여했다”며 “팝업스토어에서만 파는 리미티드(한정) 제품이 가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 앞으로도 여러 주류 팝업스토어를 찾아다닐 계획”이라고 했다.

맥주 브랜드 호가든이 신제품 출시를 홍보하기 위해 성수동 인기 카페에서 운영한 팝업 전경. 호가든 제공

주류업계는 팝업스토어를 새로운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살피는 시험대로 활용하기도 한다. 벨기에 밀맥주 ‘호가든’은 새로 출시한 ‘호가든 애플’을 홍보하기 위해 9월 15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성수동과 삼각지, 압구정 등 MZ세대가 주로 찾는 상권에 임시매장을 꾸렸다. 청사과를 활용한 신제품인 만큼 팝업스토어에서는 대형 사과나무 포토존을 마련하고 방문객에게 청사과 키링과 사과맛 탕후루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호가든은 현장에서 시음하는 소비자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취향과 입맛을 살필 수 있었다.

하이트진로가 테라 싱글몰트 한정 출시를 알리기 위해 더현대 서울에 마련한 팝업스토어 앞으로 많은 고객이 줄지어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주류 팝업스토어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은 방문객 수로도 나타난다. 하이트진로는 이달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에 ‘테라 싱글몰트’의 한정 출시를 알리기 위해 임시매장을 열었다. 신제품 시음뿐 아니라 포토존과 더불어 전용 잔에 이름을 새겨주는 등 즐길거리를 마련해 일주일 만에 약 2만 명의 방문객을 모았다. 롯데칠성음료도 소주 ‘새로’ 출시 1주년을 기념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어 9월 9일부터 25일까지 17일간 약 2만 명을 끌어모았다.

업계에서는 ‘독특함’을 내세운 팝업스토어 마케팅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회식 등 전통적인 방식의 주류 소비는 줄어들고 있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주류 소비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팝업스토어를 통해 젊은 소비자들은 색다른 경험과 재미를 추구한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라며 “내년에도 신제품과 브랜드 홍보에 팝업스토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